파킨슨병·중증 심부전 줄기세포(iPSC) 치료, 일본서 첫 조건부 승인

황교진 기자 2026. 2. 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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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신경 전구세포·심근 세포 시트 이식…연구 단계 넘어 치료 제품화로
7년 내 장기 안전성·유효성 추가 검증…본승인 여부가 관건

일본이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Cs) 기반 재생의료 제품 2종에 대해 조건·기한부 승인을 결정했다. 치료용 iPSC 유래 재생의료 제품으로는 세계 최초의 조건부 승인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월 19일 약사·식품위생심의회 '재생의료등제품·생물유래기술부회'의 심의를 거쳐 파킨슨병 치료제 '암셰프리(Amshapri)'와 허혈성 심근증에 의한 중증 심부전 치료제 '리하트(ReHeart)'의 제조·판매를 조건부로 승인하기로 했다. 필요한 절차를 거쳐 후생노동상이 최종 승인하면 의료 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번 결정은 2006년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세계 최초로 마우스 세포에서 iPSC 확립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이후 20년 만에 이뤄진 성과다. 기초 연구가 실제 치료 제품으로 전환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미토모 파마(Sumitomo Pharma) 기업 로고 / sumitomo-pharma.com

파킨슨병 치료제 '암셰프리'…도파민 신경 전구세포 이식

'암셰프리'는 일본 중견 제약사 스미토모 파마(Sumitomo Pharma)가 파킨슨병 치료제로 임상 개발과 상용화를 맡아 승인 신청한 제품이다. iPSC에서 분화한 신경 전구세포(신경세포로 자라날 수 있는 초기 단계 세포)를 환자의 뇌에 이식해 도파민(dopamine, 운동 조절에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기능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흑질(substantia nigra) 신경세포가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손 떨림, 보행 장애, 근육 경직 등이 주요 증상이다. 일본 내 환자는 약 29만 명, 한국은 2024년 기준 약 14만 3천 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환자는 1천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8~2021년 교토대학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유효성 평가 대상 6명 중 4명에서 운동 기능 개선을 확인했다. 일부 환자는 보행 시 보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증상이 완화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식 세포의 종양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기존 표준 치료제인 레보도파는 뇌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되는 전구물질을 투여해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 치료다. 반면 이번 치료는 도파민 신경세포 기능을 직접 보완하려는 세포 이식 치료라는 점에서 구조적 차이가 있다.

중증 심부전 치료제 '리하트'…심근 세포 시트 이식

'리하트'는 오사카대학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설립된 바이오벤처 쿠오리푸스(Cuorips)가 개발했다. iPSC에서 분화시킨 심근 세포(심장 근육세포)를 얇은 '심근 세포 시트' 형태로 제작해 심장 표면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이식된 세포는 사이토카인(cytokine, 세포 간 신호전달 단백질)을 분비해 신생혈관 형성을 촉진하고, 손상된 심근 조직의 회복을 유도한다. 기존 심부전 치료가 약물·보조장치·심장이식 중심이었다면, 이번 치료는 손상된 심근 기능을 보완하는 재생 접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20~2023년 오사카대병원 등 4개 의료기관에서 중증 심부전 환자 8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식 후 전원에서 증상 개선이 관찰됐으며, 종양 발생 등 중대한 안전성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대상 환자 수가 8명에 불과해 장기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조건·기한부 승인 제도…7년 내 본승인 관문

두 제품은 일본의 '조건·기한부 승인 제도'를 통해 심사됐다. 이는 재생의료 제품에 대해 소수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 일정 수준의 유효성을 추정할 경우 제한적 사용을 허용하고, 일정 기간 내 추가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하는 특례 제도다.

일종의 '가면허'에 해당하며, 이번 승인 제품은 7년 이내 수십 명 규모의 추가 임상과 추적 관찰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재확인돼야 정식 본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로 지금까지 6개 재생의료 제품이 조기 승인됐지만, 2개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신청을 철회했고 4개는 아직 본승인에 이르지 못했다. 재생의료 분야에서 장기 안전성과 지속 효과 입증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승인 결정은 iPSC 기술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치료 제품으로 진입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임상 대상이 소수에 그쳤고 추적 관찰 기간도 제한적이라는 점은 향후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재생의료는 이식 세포의 장기 생존과 기능 유지, 종양 발생 위험, 면역 반응 등 다양한 변수를 안고 있다. 파킨슨병에서는 도파민 분비 기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심부전 치료에서는 심장 기능 개선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는지가 핵심 평가 지표가 될 전망이다.

향후 7년간 축적될 추가 임상 데이터가 iPSC 유래 세포치료의 실질적 가치와 한계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킨슨병은 질병 경과 중 일부 환자에서 인지 저하를 보이고, 파킨슨병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세포 치료의 장기 효과가 이러한 신경퇴행성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향후 관찰 대상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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