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잘못하면 징역 10년" 법왜곡죄, 독일은 150년간 판례로 다듬었다

김성아 기자 2026. 2. 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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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내 '사법개혁 3법'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그 중 하나인 '법왜곡죄'(형법 일부개정법안)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내 '사법개혁 3법'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그 중 하나인 '법왜곡죄'(형법 일부개정법안)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법안은 법 왜곡 행위에 대한 직접 처벌 규정이 없는 현행 형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재판·수사 과정에서 법리를 고의로 왜곡한 법관, 검사, 경찰을 최대 징역 10년에 처하도록 한 게 골자다.

그러나 처벌 기준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도의 원조 격인 독일은 150년 이상 축적된 정교한 판례로 범죄 성립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2일 의원총회를 열어 2월 입법 추진 방향을 결정한 뒤 24일부터 본회의를 개최해 사법개혁 3법 등의 법안들을 처리할 계획이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우선으로 행정통합법, 사법개혁법안, 검찰개혁법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전체회의에서 법왜곡죄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민주당 주도로 대법관 증원법과 재판소원법을 강행 처리하며 사법개혁 3법의 상임위 심사를 마쳤다. 이들 법안이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대법관 수는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법원의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사법개혁안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법왜곡죄가 신설되면 판사나 검사가 재판 및 수사 과정에서 고의로 법리를 왜곡할 경우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 중 법왜곡죄를 둘러싼 반발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법 왜곡죄는 사법부를 정권의 시녀로 만들고 내 맘에 안들면 처벌하겠다는 노골적인 독재 선언"이라며 "헌법이 규정한 판사의 양심과 법률에 따른 재판은 사라지고 정부여당의 정치적 이익에 복종하는 '충성 재판'만 강요하는 전체주의의 문을 열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법왜곡죄의 범죄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제도가 시행되는 초기에는 정치적 외풍이나 여론에 따라 법 해석이 크게 널뛰기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은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2025년 하반기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법왜곡죄는 현행 형법상 판사나 검사가 증거·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법령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등 법 왜곡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직접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발의됐다. 다만 가장 큰 쟁점은 '모호성'이다. 개정안 조문은 "법관, 검사 또는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을 가지고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를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등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기서 명시된 '부당한 목적'이라는 문구가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해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한다. 또 범죄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제도가 시행되는 초기에는 정치적 외풍이나 여론에 따라 법 해석이 크게 널뛰기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법왜곡죄 논의는 3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첫째, 도입 필요성이 왜 이 시점에 제기됐는지에 대한 문제로 특정 재판이나 제도 논의와 맞물려 판사·검사를 압박하려는 취지라면 제도 자체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 우리 형법에는 이미 직권남용죄가 있어 처벌 체계가 존재하는데 별도의 범죄를 추가로 도입하는 것은 형사법 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마지막으로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독일의 연방일반법원. /사진=나무위키 캡처
한편 법왜곡죄법의 모태가 된 독일의 법왜곡죄는 실제 강력한 처벌보다는 상징성이 강한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이 발간하는 사법통계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6년 동안 법왜곡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법관과 검사는 56명이다. 이 중 자유형의 실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간 사람은 단 3명(약 5%)에 불과했다.

사실 독일의 법 조문 자체는 한국보다 더 포괄적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150년 넘게 축적된 판례 덕분이다. 독일 형법상 법왜곡이라는 용어는 1870년 북독일연방형법과 1871년 제국형법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독일은 나치 시대와 분단, 통일 등 굵직한 역사적 격변을 거치며 치열하게 판례를 다듬었다.

독일 연방법원은 사법권 독립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순히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법관 등이 '고의'로 '중대하게' 법과 법률에서 이탈하는 경우에만 법왜곡죄 성립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처벌 범위를 좁혀 조문의 포괄성을 극복한 것인데, 여기서 고의는 객관적인 법의 위반에 대한 것이어야만 한다.

이와 관련, 한국과 독일의 근본적인 사법 체계 차이를 간과한 채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제기된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독일은 '기소 법정주의'를 따르지만 한국은 '기소 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기소 편의주의 체제 아래에선 법 왜곡죄가 도입될 경우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나 기소 결정을 내린 법관과 검사들을 옭아매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정당한 법적 판단조차 처벌 위협에 노출되면서 사법 판단의 독립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처벌 수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법안은 최대 징역 10년인 반면 독일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징역형)'이다. 여기에 독일 형법 제47조 제2항에 따라 6개월 이하의 단기 징역형 사안일 경우 벌금형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여지도 열어뒀다. 실제로 2002년부터 2017년까지 독일 내 법왜곡죄 유죄 확정자 56명 가운데 대다수가 집행유예(25명)나 벌금형(28명)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김성아 기자 roms122@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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