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비아그라 먹어도 돼?” 남편이 무섭다는 언니의 ‘19금’ 고민[안경진의 약이야기]
자가 주사제도 나왔지만 국내 도입 묘연
여성의 성기능장애 치료 옵션 여전히 부족

“비아그라가 그렇게 좋다던데, 여자가 먹어도 효과가 있을까?”
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사촌언니가 과일을 깎다 말고 돌발 질문을 던졌습니다. 비아그라가 고산병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도 종종 처방된다는 게 떠올라 ‘히말라야 등반이라도 가느냐’고 받아쳤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30대 중반에 다섯 살 차이 연하남과 만나 결혼 8년 차가 된 언니는 그야말로 ‘슈퍼우먼’이었습니다. 친정 식구들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고 직장 생활과 연년생 아이 둘을 키우는 모습이 존경스러울 정도였죠. 그런데 만성피로를 달고 살던 언니에게 몇년 전부터 부부관계가 큰 고민거리가 되었답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로맨틱한 분위기가 기다려지기는 커녕, 부부관계가 또 다른 업무처럼 여겨지기 시작했고 부부관계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다고요. 애정이 식은 것도 아닌데 성욕 자체가 생기질 않으니 부부관계마저 소원해진 것 같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여성의 성기능 목적으로 비아그라를 복용하는 건 금물입니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은 포스포다이에스테라제 5형(PDE-5) 효소를 억제해 음경 해면체 내의 혈관확장물질인 cGMP를 분해시키지 못하게 하는 작용 기전을 갖습니다. 쉽게 말해 음경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발기력을 향상시키는 약이죠. 즉 혈관을 확장해 ‘기계적 반응’을 도울 뿐, 성욕 자체를 높이지는 못합니다. 여성이 먹어도 성기의 혈류를 증가시키는 효과는 동일하지만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여성의 성기능장애는 남성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성기의 혈류 개선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거든요. 1998년 출시된 비아그라가 대성공을 거둔 이후 발기부전 치료제가 쏟아져 나오는 동안 여성을 위한 성기능장애 치료제는 좀처럼 등장하지 못했던 이유기도 합니다. 성기능장애가 있는 여성에게 비아그라를 처방했더니 두통 등 부작용만 유발하고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택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스프라우트가 개발한 ‘애디(성분명 플리반세린)’가 2015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거든요. 애디는 당초 우울증 치료제로 연구하던 중 여성의 성욕을 높이는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여성 성기능개선제로 개발됐다고 해요. ‘블루 다이아몬드’로 통하는 비아그라를 연상시키려는 듯 분홍색의 타원형 알약으로 발매돼 ‘핑크 비아그라’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애디는 세로토닌 수용체 중 일부를 억제하고 도파민 중 일부를 항진시키는 기전으로, 비아그라와는 전혀 다르게 작용합니다. 다만 기전상 울렁거림이나 졸림, 현기증 등의 부작용이 심한 데다 알코올이나 곰팡이 치료제인 항진균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혈압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어 허가 이후 논란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2019년에는 미국의 팰러틴 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바이리시(성분명 브레멜라노타이드)’가 폐경기 전 여성의 저활동성 성욕장애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았죠. 성기능에 관여하는 중추신경계의 멜라노코르틴 수용체를 활성화하여 성적 반응과 욕구를 개선하는 기전을 나타냅니다. 알약 형태의 애디와 달리, 스스로 투여하는 일회용 펜타입의 피하주사제로 개발돼 의사 처방에 따라 환자가 필요할 때 자가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바이오테크 기업 데어바이오사이언스가 여성의 성적 흥분을 유도하고 욕구 저하를 개선하는 ‘데어 투 플레이’ 크림을 출시했습니다. 남성용 비아그라와 동일한 성분인 ‘실데나필’이 함유돼 성관계 10~15분 전에 외음부 주변에 바르면 된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FDA 최종 승인은 받지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건 세 제품 모두 국내 도입 시기가 묘연하다는 겁니다. 광동제약이 2017년 바이리시의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하고 가교임상을 거쳐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신청을 자진 취하했거든요. 회사 측은 “허가 관련 사항은 대외비라 확인이 어렵다”며 “국내 도입 관련 사항은 원개발사와 협의 중”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그 밖에 종근당이 2015년 미국 제약사 에스원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여성 저성욕증 치료제 ‘로렉시스’의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했는데, 원개발사의 임상 개발이 부진해 허가는 10년 가까이 감감 무소식입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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