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국의 이란 공격에 자국군 기지 사용 미승인…국제법 우려”

영국 정부가 미국이 준비하는 이란 공격에 자국 기지가 사용되는 것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는 문제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반대 의사를 밝힌 배경에도 해당 기지 사용을 둘러싼 양국 정부 간 견해차가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미국의 이란 공격에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본토 글로스터셔의 페어퍼드 공군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디에고 가르시아에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영·미 합동 군사기지가 있고, 페어퍼드 공군기지는 미군 전략 폭격기 부대의 유럽 거점 기지로 꼽힌다. 두 기지는 양국 간 협약에 따라 정부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제3국 군사작전에 사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두 기지를 모두 활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 합의 시한을 “10일이나 15일”로 제시하며 이란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더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두 기지 사용을 허가하지 않은 이유는 국제법 위반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제법에 따르면 공격을 수행하는 국가뿐 아니라 그 공격이 위법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지원한 국가도 책임을 져야 한다.
더타임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이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때 참여를 거부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미국의 선제공격을 지지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3곳을 겨냥한 ‘한밤의 망치’ 작전을 감행한 후 영국 장관들은 해당 공격이 합법적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통화하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이 보낸 ‘최후통첩’에 대해 논의했고, 이튿날 영국의 차고스 제도 반환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글을 SNS 트루스소셜에 올렸다고도 더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앞서 영국이 모리셔스와 차고스 제도 반환 협정을 체결할 당시 이를 지지했었는데, 공군기지 사용에 동의하지 않자 입장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차고스 제도 반환에 관해 쓰면서 “만약 이란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한 정권에 의한 공격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디에고 가르시아와 페어퍼드 공군기지가 필요할지 모른다. 공격이 영국, 그리고 다른 우방국을 상대로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적었다. 이란이 잠재적으로 영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기에 영국의 지원이 국제법에 부합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차고스 제도는 인도양 섬나라 모리셔스에 인접한 50여개 섬으로, 영국은 모리셔스가 독립하기 전인 1965년 모리셔스에서 차고스 제도를 분리해 영국령으로 남겼다.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돌려줘야 한다는 법적·외교적 압력이 커지자 영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차고스 제도 주권을 모리셔스에 이양하고, 제도 내 위치한 디에고 가르시아 군사기지를 미국과 영국이 최소 99년 동안 운영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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