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캐나다 잠수함 사업 따내려면… 폴란드서 날아온 직언

최지희 기자 2026. 2. 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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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폴란드의 잠수함 협상은 성공적이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반면 수주를 따낸 스웨덴은 폴란드 내 생산에 개방적이었고 산업 협력의 범위가 한국보다 훨씬 폭넓었다.”

최근 익명을 요구한 폴란드의 한 방산 전문가는 한국이 지난해 11월 약 8조원 규모의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이유를 두고 이렇게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국내에서 통용된 ‘지정학적 패배’라는 분석과는 결이 다른 진단이었다.

수주전에 나선 당시 한화오션을 필두로 한 한국 조선·방산 ‘원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 건조 능력과 납기 역량을 앞세워 유럽 시장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자신감이 컸다. 기대와 달리 폴란드가 스웨덴 손을 들어주자, 국내 방산 진영에선 ‘기술은 이겼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정학적 장벽을 넘지 못했다’는 아쉬움 섞인 분석이 잇따랐다.

그러나 당시 수주전에 관여했던 폴란드 현지 방산 전문가의 시각은 냉정했다. 그는 “한국이 기술적 우위와 성능을 세일즈하는 동안, 폴란드는 자국 내 산업 파급력과 전시(戰時) 보급망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스웨덴은 잠수함 수주에 그치지 않고 폴란드산 구조함과 대공미사일 등의 추가 구매 의사까지 밝히며 폭넓은 상호 교역을 제안했다”며 “반면 한국은 폴란드를 동등한 파트너라기보다 주로 구매국으로 대우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이 불편한 진실은 현재 우리 정부와 한화오션 등 조선·방산업계가 민관 합동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CPSP) 현장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만난 국내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캐나다 수주전에 대해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강점을 어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수주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잠수함 건조 기술력 자체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캐나다 정부를 움직일 결정적인 전략이 부족하다는 위기감이었다.

실제로 이번 수주전의 키맨인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은 이달 초 방한해 캐나다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와 HD현대 글로벌 R&D센터를 잇달아 찾은 그는 한국의 잠수함 건조 역량을 극찬하면서도 정작 방점은 다른 곳에 찍었다.

“잠수함 사업보다 훨씬 더 큰 사업은 자동차 산업 협력”이라는 것이 그의 발언이다. 한국과 독일의 잠수함은 이미 캐나다 해군이 원하는 필수 요건을 모두 충족했으니, 핵심 결정 기준은 국가 산업 전반의 직접 투자와 경제적 이익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업의 직접적 수혜자인 한화는 가용한 투자 보따리를 끌어모으고 있으나, 캐나다 측이 내건 국가적 안보·경제 협력 요구를 충족하기엔 간극이 여전하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최대 철강업체 알고마 스틸과 3억4500만캐나다달러(약 3650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캐나다의 눈높이는 이보다 높아 보인다. 독일은 폴크스바겐그룹 자회사를 통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70억캐나다달러(약 7조41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가 콕 집은 자동차 산업 육성과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정조준한 맞춤형 딜이다.

양측의 제안이 이렇게 끝날 경우 폴란드 수주전과 비슷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폴란드 방산 전문가의 지적처럼 나름의 협력안을 제시하더라도 그것이 발주국의 경제·산업적 요구와 정교하게 맞물리지 않는다면,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을 비롯해 앞으로 방산 수출을 이어가기 위해선 고도화된 ‘절충 교역’ 전략이 필수다. 절충 교역은 국가가 무기를 수입할 때 계약 상대에게 기술 이전, 부품 역수출, 타 산업 투자 등 일정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조건부 교역을 뜻한다.

무기 수출을 위해 무리한 출혈 경쟁을 감수할 순 없다. 그러나 상대가 원하는 바의 본질을 외면한 채 지정학적 한계만 핑계 삼는다면 방산 수출의 불씨는 꺼질 수밖에 없다. 폴란드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캐나다 수주전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얻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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