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유일 ‘농어촌 기본소득’ 실험…영양의 파격 승부수

정형기 기자 2026. 2. 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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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만5천 붕괴 속 지역화폐 정액 지급
인구 유입 기대 속 형평성·재정 지속성 과제
▲ 지난해 9월 영양군의회에서 기본소득 유치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경북 영양군이 선택한 해법은 다소 파격적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일정 요건을 충족한 주민에게 매월 정액의 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이 정책은,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순환 구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영양군은 이 사업에서 경북에서 유일하게 시범 지자체로 선정되며 정책 실험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인구 감소·고령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

영양군은 이미 인구 1만5천명 선이 무너진 대표적인 초고령 농촌이다. 청년층의 지속적인 유출과 출산율 저하는 행정 서비스 축소, 지역 상권 붕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기존의 귀농·귀촌 지원이나 일자리 사업만으로는 단기간에 인구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는 한계도 분명해졌다.

이런 배경에서 영양군은 '일단 살 수 있어야 정착도 가능하다'는 인식에 주목했다. 최소한의 생활 안정망을 제공하고, 그 소득이 지역 안에서 다시 쓰이도록 하는 기본소득형 정책이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 지난해 9월 기본소득 선정을 염원하는 영양군민 결의 대회 모습.

△까다로운 선정 과정…영양군이 뽑힌 이유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단순 공모가 아니었다. 정책 필요성, 재정 구조의 안정성, 집행 능력, 주민 수용성 등이 종합 평가됐다. 여러 시·군이 도전했지만, 최종 선택은 영양군 한 곳이었다.

선정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인구·산업 구조상 정책 효과를 분석하기에 '전형적인 농촌 모델'이라는 점이다. 둘째, 전액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 지급을 통해 소비의 역외 유출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이다. 셋째, 주민설명회와 의견 수렴을 선제적으로 진행하며 갈등 가능성을 낮췄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경상북도 역시 단일 시범지를 통해 정책 성과를 명확히 검증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 가시적 효과…'전입 문의'와 소비 증가

주목할 부분은 단기간 내 나타날 수 있는 가시적 효과다. 실제로 사업 발표 이후 영양군에는 전입 요건과 지급 기준을 묻는 문의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인근 도시에서 생활비 부담을 느끼던 1인 가구, 프리랜서, 귀촌 희망자들에게 기본소득은 '정착을 고민해볼 만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화폐 지급은 즉각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월별 정기 지급은 소상공인 입장에서 매출 예측성을 높여주고, 생활밀착형 업종을 중심으로 체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단기간 인구 유입과 상권 회복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드문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대와 함께 커지는 우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분명하다. 가장 큰 쟁점은 대상자 선정 기준의 형평성이다. 실거주 판단, 전입 시점, 군 복무자·학생·직장인의 적용 범위에 따라 불만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기준이 느슨하면 위장전입 논란이, 엄격하면 사각지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재정 지속성 역시 숙제다. 시범사업 이후 확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단될 경우 정책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번 지급을 시작한 정책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장기 재원 확보 방안과 출구 전략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영양군청 전경.

△성패는 '운영'에 달렸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역소멸을 단번에 해결할 만능열쇠는 아니다. 다만 기존 정책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기간 인구 유입과 소비 진작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그 효과를 중장기 정착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결국 성패는 제도의 취지보다 운영의 투명성, 기준의 명확성, 주민과의 지속적 소통에 달려 있다. 경북 유일의 시범지로 선택된 영양군의 실험은, 성공과 실패 모두 전국 농촌 정책의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한편 농어촌 기본소득은 이달 말부터 경북 영양군 등 시범사업 대상 10개 군에서 지급된다. 시범사업 기간(2026∼2027년) 10개 군 주민은 매달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게 된다. 대상 지역은 경북 영양과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곡성·신안, 경남 남해 등이다.

기본소득은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농어촌을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어 원칙적으로 거주 읍·면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