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게 비싼 메모리 반도체 이슈 점검…이익은 좋은데 주가는 덜 가는 이유
끔찍하게 비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왜 지금 시장은 리레이팅을 망설이나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본부장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끔찍할 정도로 비싸졌다는 발언이 글로벌 IT 업계에서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조차 가격 부담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정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역사적 실적 대비 여전히 낮은 밸류에이션에 머물러 있다. 공급 부족은 분명한데 왜 주가는 슈퍼사이클에 걸맞은 재평가를 받지 못하는가.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본부장의 분석은 이 간극의 구조를 짚는다.
우선 단기 이슈는 가격이다. 미국 네트워크 장비 기업이 메모리 가격이 끔찍하게 비싸졌다고 언급한 것은 상징적이다. 이 회사는 반도체를 구매해 솔루션으로 재가공해 고객사에 납품하는 구조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비용 부담이 즉각적으로 실적에 반영된다. PC나 스마트폰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가격이 폭등하면 선택지는 두 가지다. 판가에 전가하거나 마진을 흡수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단기적으로는 이익률 압박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수요 기업은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사실상 90퍼센트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존재하지만 실제 유효 공급량은 제한적이다. 설비 능력과 수율을 감안하면 시장 충격을 완화할 만큼의 물량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PC 업체와 스마트폰 업체가 중국산 채택 가능성을 타진하는 이유는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그널에 가깝다.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애플의 사례가 흥미롭다. 애플은 프리미엄 포지션을 갖고 있어 일정 수준의 마진 방어가 가능하다. 또 서비스 매출이 존재해 부품 가격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애플 역시 중국 판매 비중이 높다. 중국 내 판매 물량에 한해 현지 메모리 채택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그것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전체 실적을 단기간에 흔들 변수는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수요 둔화 가능성도 변수다. PC와 스마트폰 출하량은 작년 대비 감소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전체 메모리 수요에서 데이터센터와 서버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컨슈머 비중이 과거 대비 낮아졌다는 점은 완충 장치다.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이 수요 중심으로 이동한 구조 변화가 사이클을 과거와 다르게 만들고 있다.
장기 변수는 공급 구조다. 테슬라가 반도체 인력을 채용하며 자체 역량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설비 투자와 인력 확보에는 수년이 소요된다. 단기 충격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고객사가 공급망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분명한 압박 요인이다.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는 CAPEX 집행 속도와 기술 격차 유지가 더 중요해진다.

한편 미국 내 투자 확대도 주목된다. 마이크론은 대규모 미국 내 공장 투자를 발표했다. 실제 양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온쇼어링 기조와 맞물려 공급 확대 압력이 점진적으로 누적될 수 있다. 다만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급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기 어렵다.
이제 핵심 질문으로 돌아간다. 왜 주가는 리레이팅되지 않는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PER은 과거 슈퍼사이클 대비 낮은 수준이다. 이익 규모는 역사적 최고치에 근접하지만 밸류에이션은 과거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 시장은 이익의 지속 가능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는 전형적 사이클 산업이다. 한 해의 ROE가 40퍼센트를 넘더라도 5년 평균으로 보면 변동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단일 연도 최고 실적이 아니라 3년에서 5년 평균 수익성을 본다. 가격이 급등한 이후 급락했던 과거 경험이 집단 기억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올해와 내년 이익이 유지될지 아니면 급격히 둔화될지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PBR 상향이 제한된다.
김장열 본부장은 가정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가격이 일부 조정되더라도 제품 믹스 개선과 원가 절감으로 이익이 급락하지 않는다면 5년 평균 ROE는 20퍼센트 이상 유지될 수 있다. 이 경우 적정 PBR은 과거 대비 상향 여지가 있다. 반대로 가격이 급락하면 평균 ROE는 빠르게 낮아진다. 결국 리레이팅은 숫자 자체보다 지속성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또 하나의 변수는 환율과 국내 시장 리스크 프리미엄이다. 한국 증시 전체의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면 대형 반도체주도 동반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개별 기업 실적 외 거시 요인이 결합돼야 한다.

HBM 이슈도 빼놓을 수 없다. 엔비디아의 AI 칩 수요가 이어지는 한 고대역폭 메모리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율과 생산 능력이 하반기 공급 확대에 맞춰 안정적으로 확보되는지가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시장 신뢰가 높아질수록 밸류에이션 상향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현재 국면은 실적 서프라이즈 구간이 아니라 신뢰 회복 구간이다. 메모리 가격은 끔찍할 만큼 비싸지만 시장은 그 가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묻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CAPEX와 기술 우위를 통해 사이클의 진폭을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전까지는 과거와 다른 밸류에이션 체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지금 주가 레벨은 낙관과 회의가 공존하는 지점이다. 이익이 유지되면 업사이드가 열려 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다음 하락 사이클을 계산에 넣고 있다. 투자 판단의 핵심은 단기 가격이 아니라 3년에서 5년 평균 수익성에 대한 가정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뉴스3+,#삼프로TV,#압권,#김장열,#유니스토리자산운용,#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HBM,#반도체슈퍼사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