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혁의 세무이야기] 차은우 200억 원, 사적 자치와 실질과세의 경계

소득을 숨긴 것이 아니라, 귀속을 선택한 구조
보도에 따르면 차은우 씨는 가족이 운영하는 기획사 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연예 활동에서 발생한 일부 수익을 법인에 귀속시키는 구조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고세율 45%의 소득세와 지방소득세, 여기에 4대 보험 부담까지 고려할 경우 실효세율이 70%에 육박하는 고소득자들이 흔히 검토하는 절세 방식이기도 하다.먼저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이번 사안은 매출 누락, 차명계좌, 이중장부와 같은 전형적인 탈세 유형과는 결이 다르다. 소득을 숨긴 것이 아니라, 연예 활동으로 발생한 소득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가라는 문제다.차은우 씨 측은 법인을 공개적으로 설립하고, 그 법인을 통해 연예 활동을 관리했으며, 법인에 귀속된 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납부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개인이 자신의 경제활동 구조를 선택하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거래 형태를 설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한다.
국세청의 시각, 형식보다 실질
그러나 국세청의 판단은 달랐다.기획사 법인은 형식에 불과하고, 해당 소득은 실질적으로 차은우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보아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적 자치와 실질과세 원칙이 정면으로 충돌한다.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된 쟁점은 법인의 실체성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법인의 주소지는 전문 사무공간이 아닌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되어 있었고, 독립적인 인력이나 사업 설비가 존재했는지도 문제로 제기됐다. 수백억 원 규모의 연예 매니지먼트 법인이 그에 상응하는 인적·물적 기반을 갖추지 못했고, 실제 용역 수행 내용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국세청의 문제의식으로 보인다.반면 차은우 씨 측은 법인 대표인 어머니가 스케줄 관리, 소속사와의 거래 중재, 이미지·초상권 등 브랜드 관리를 수행했으므로 일부 소득을 법인에 귀속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200억 원의 실체, 세금보다 가산세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는 대목은 또 있다.“설령 문제가 있었다 해도, 어떻게 세금이 200억 원까지 나오느냐”는 질문이다.이 금액은 단순한 본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45%, 부당과소신고 가산세 40%, 연 8% 수준의 납부지연 가산세, 여기에 법인 세금계산서 불성실가산세(매출액의 2%)까지 포함된 결과다. 통상 5년 치가 추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산세를 제외한 1년분 본세는 약 24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이 사건의 무게중심은 처벌이 아니다. 핵심은 어디까지가 합법적 절세이고, 어디부터가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인가라는 경계에 있다.
법인 절세의 착시, 결국은 조삼모사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지점이 있다.법인에 귀속된 소득은 ‘사라진 세금’이 아니라 ‘이연된 세금’에 가깝다는 점이다.법인이 벌어들인 이익은 일단 법인세로 과세되지만, 해당 자금을 추후 대표자나 특수관계인이 급여나 배당의 형태로 인출하는 순간 다시 개인소득세가 부과된다. 급여라면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 부담이 발생하고, 배당이라면 배당소득세가 추가된다.결국 법인 단계에서의 법인세와 개인 단계에서의 소득세를 합산해 보면, 고소득자의 경우 기대했던 것만큼 절세 효과가 크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소득 규모가 크고, 누적된 이익을 언젠가는 개인이 소비하거나 이전해야 하는 구조라면 그 효과는 더욱 제한적이다.이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안은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국세청이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 개인에게 즉시 소득세를 부과한 것이 과연 ‘추가 과세’인지, 아니면 원래 언젠가는 납부했어야 할 세금을 조사 시점에 앞당겨 걷은 것에 불과한지에 대한 문제다. 그대로 두었더라도 차후 급여나 배당을 통해 자금이 유출되는 순간, 형태만 달리해 결국 과세는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결국 이는 세금을 더 걷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걷느냐의 문제, 다시 말해 조삼모사의 차이에 가깝다.
개인의 자유와 과세권의 경계선
이번 차은우 세금 추징 논란은 유명 연예인의 탈세 의혹을 넘어선다. 국민의 사적 자치를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는지, 과세권은 실질과세 원칙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 사건이다.연예인, 유튜버, 인플루언서, 전문직 고소득자, 그리고 가족 법인을 운영하는 이들이라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자신의 구조가 형식이 아닌 실질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한편으로 우리 소득세제는 OECD 상위권의 높은 최고세율과 광범위한 면세 구간이 공존하는 기형적 구조를 띠고 있다.특정 초고소득자에게 세 부담이 극도로 집중된 환경이 차은우 씨와 같은 갈등을 반복시키는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정책당국은 조세 형평성과 세원 확보 방식을 반드시 되짚어 보아야 한다.
[박재혁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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