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재판 4심제? 이 대통령이 중단 요청하기를

전영기 편집위원 2026. 2. 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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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독재는 대개 사법부를 먼저 허문다.

더불어민주당이 2월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그들의 이른바 '사법 개혁 3법(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처리를 예고했다.

삼권분립의 기둥을 뽑아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종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가 확정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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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위원)

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독재는 대개 사법부를 먼저 허문다. 더불어민주당이 2월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그들의 이른바 '사법 개혁 3법(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처리를 예고했다. 삼권분립의 기둥을 뽑아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종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헌법재판소 심사 대상으로 올려 무효화할 수 있게 하는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가 문제다. 그 자체로 반(反)헌법적이다. 우리 헌법 101조는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최고 법원의 판결을 다른 기관이 뒤집을 수 있도록 허용하다니. 혁명 또는 쿠데타 때나 가능한 발상이다.

네타냐후가 벌인 사법 파괴 미수 사건

헌법은 3장(국회)-4장(정부)-5장(법원)을 병렬하는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한국이 삼권분립의 나라임을 분명히 했다. 3부 간 엄격한 견제와 균형을 헌법이 명령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법원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인 재판의 최종 확정권을 헌재에 넘기라는 입법을 밀어붙인다. 사법 파괴의 공포감과 냉소가 섞여 "최고 법원 위에 인민 재판부가 있는가"라는 한탄이 나올 법하다.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가 확정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구조로 짜인 헌재에 4심을 맡기겠다는 얘기다.

국회의 다수결 입법으로 통치권자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시나리오는 지중해 건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의해 시도된 바 있다. 뇌물수수와 사기, 배임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는 집권 세력인 우파 연정으로 하여금 의회의 단순 과반 의결로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게 한 법안(비토 기본법)을 2023년 7월 통과시켰다.

하지만 2024년 1월, 이스라엘 대법원은 15명 대법관 중 8명의 찬성으로 비토 기본법에 대해 무효 판결을 했다. "민주주의 국가로서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게 요지였다. 사적 범죄를 덮기 위해 공적 체계를 파괴하려던 네타냐후는 현재 '전시 총리'라는 특수한 지위로 아슬아슬하게 정치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다시 우리 상황으로 돌아오자. 2월12일엔 민주당 의원 162명 중 절반이 넘는 87명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의원 모임'이라는 괴상한 결사체를 만들었다. 이름만으로도 집권당의 다수가 행정부의 형사사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위헌성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 논란 우려

더 이상한 것은 이 대통령의 반응이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2월14일 새벽 SNS에 "(대장동 사건에서 검찰이) 황당한 증거조작"을 했다고 주장했다. 진실한 증거인지 황당한 조작인지는 사건의 한쪽 당사자가 아니라 판사가 판별할 일. 본인은 억울할 수 있지만, 최고권력자가 온 국민이 보는 공간에 가이드라인처럼 내놓은 발언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자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건을 콕 집어 담당 검사를 공격했으니 검찰이 받아들일 직접적 압박은 얼마나 클 것이며, 민정수석이나 법무부 장관은 윗분 눈치를 보며 얼마나 전전긍긍하겠나.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을 검찰이 공소취소하는 일이 벌어지면 이 대통령은 형법상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 논란에 빠져들 수 있다.

정치는 돌고 도는 법이다. 입법 폭주로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린 이력은 훗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집권 세력이 깨달았으면 한다. 이 대통령에게도 바람이 있다. 민주당의 과잉 충성을 중지하라고 요청할 수 없는 것일까. 네타냐후의 사법 파괴는 이스라엘 사회에 치유하기 힘든 흉터를 남겼다.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의 뒤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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