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넘어 분석까지"...카드업계, AI 투자 확대

| 서울=한스경제 이나라 기자 | 카드사들이 인공지능(AI)의 활용 범위를 자동화 상담 수준을 넘어 이상거래 탐지(FDS)나 소비 데이터 분석, 마케팅 운영, 리스크 관리와 같은 업무 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히고 있다. 이는 카드사들이 업황 둔화로 인해 수익 여력이 줄어든 가운데 AI를 통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한편,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은 결제와 보안 영역에서 AI를 활용해 카드 승인 정보와 이용 패턴·위치·단말기 정보 등을 실시간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카드사들이 규칙 기반 탐지에서 벗어나 머신러닝 모델을 적용해, 탐지 정확도를 높이고 오류를 낮추는 방향으로 고도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삼성카드는 머신러닝 기반 이상금융거래 탐지 시스템을 구축해 해외 부정사용과 비정상 결제 패턴을 탐지해 활용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역시 거래 금액·시간·가맹점·이용국가와 같은 다양한 변수를 동시에 분석하는 AI 기반 탐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BC카드는 최근 국내 최대 수준의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활용 범위를 데이터 사업과 프로세싱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카드상품 안내장 자동화와 가맹점 정보 분석 고도화, 이상거래 탐지 고도화 등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상권 분석과 소비 트렌드 리포트 제공과 같은 데이터 사업에 AI 분석 역량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카드사들이 마케팅이나 보안과 같은 영역에 AI를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배경에는 미래 먹거리 발굴 외에도 AI를 통한 비용감축이란 수익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금융 부문 성장 둔화로 전통적인 수익 여력이 줄어든 반면, 마케팅 비용과 조달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어 비용 효율화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객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혜택 추천과 타깃 마케팅 자동화, 연체 가능성 예측과 같은 영역에 AI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KB국민카드는 통합 AI 마케팅 시스템 '에임스(AIMs) 2.0'을 구축해 고객 세분화와 오퍼 추천, 캠페인 자동화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고객 속성과 이용 패턴을 결합해 마케팅 대상과 혜택을 자동 추천하는 구조다.
현대카드는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AI Agent)'를 연간 소비 분석 서비스에 적용해 '연간명세서'에 AI를 접목시키는 등 데이터 분석과 콘텐츠 가공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단순 상담 챗봇 중심이던 AI 활용이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보조 영역으로 확대된 셈이다.
한편 해외 카드사들은 AI 활용 범위를 결제 승인과 리스크 판단 등 카드사의 핵심 영역까지 넓히고 있다. 비자(Visa)는 거래 승인 단계에서 사기 위험을 분석하는 '비자 첨단 승인(Visa Advanced Authorization)'과 딥러닝 기반 리스크 분석 모델 '비자 딥 승인(Visa Deep Authorization)'을 운영 중에 있다. 이는 수십억 건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거래 위험도를 실시간 산출하고 카드사에 승인 판단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마스터카드(Mastercard) 역시 승인 단계에서 거래 위험을 평가하는 '의사결정 인텔리전스(Decision Intelligence)'를 통해 정상 거래 승인율을 높이는 한편, 사기 거래 탐지 정확도를 개선하는 AI 기반 분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거래 위치와 금액, 소비 패턴 등을 종합 분석해 거래별 위험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나아가 글로벌 카드사들은 카드 발급과 신용평가 영역에서도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신용평가와 승인 과정의 리스크 모델 정확도를 개선하고 처리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AI를 적용하고 있다. 캐피털원(Capital One) 과 같은 미국 카드사들은 고객 소비 패턴과 상환 이력 데이터를 결합한 AI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애플카드(Apple Card) 발급과 한도 산정 과정에 AI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고객 소비 패턴과 금융 이력, 상환 데이터 등을 분석해 카드 승인 여부와 이용 한도를 산정하는 구조다. 일부 핀테크 기업의 경우 카드 발급과 후불결제 승인 과정 대부분을 AI 기반으로 자동화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 AI가 결제 승인·신용평가·사기 탐지 등 핵심 의사결정 영역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카드사들은 이상거래 탐지·마케팅·리스크 관리 보조와 같은 활용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금융 규제와 내부통제 요건을 고려할 때 승인과 한도 결정과 같은 의사결정 영역에서 AI가 단독으로 활용되기까진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 경쟁이 심화되면서 카드사들의 AI 투자 역시 중장기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면서도, "다만 AI를 신용 의사결정에 활용하려면 책임 소재와 설명가능성 기준이 먼저 정리돼야 하기 때문에 단독 승인 구조로 가기까지는 제도 정비와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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