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서 함박웃음으로… 피겨 이해인, 올림픽 여자 싱글 8위

한 달 전 눈물을 쏟았지만, 이번에는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피겨 국가대표 이해인(21)은 20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4.15점, 예술점수(PCS) 66.34점으로 총 140.49점을 받았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70.07점)에 이어 연달아 ‘시즌 베스트’ 기록을 써냈다.
합계 210.56점으로 전체 24명 중 8위. 한국 여자 피겨 선수가 올림픽 ‘톱 10’에 든 것은 김연아(2010년 금, 2014년 은메달)와 최다빈(2018년 7위), 유영(2022년 5위), 김예림(2022년 8위)에 이어 여섯 번째다.
이해인은 이날 흰 빙판과 대비되는 검은 실크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첫 과제였던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작으로 특유의 역동적인 스텝 시퀀스에 이르기까지 물 흐르듯 준비한 구성을 선보였다. 오페라 ‘카르멘’의 리드미컬한 선율에 맞춰 춤을 추듯 빙판을 누비고 관객들과 눈을 맞췄다. 준비한 모든 연기를 쏟아부은 그는 후련한 듯 빙판 위에 철푸덕 누워 버렸다. 흰 치아를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앞서 이해인은 지난달 올림픽 진출을 확정한 전국 남녀 종합선수권에서 같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뒤 빙판에 엎드려 한참을 흐느꼈다. 당시 “그간 버텨 온 어려운 시간들이 떠올라 감정이 벅차올랐다”고 했던 그는, 이날 웃음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아무리 긴장되는 올림픽 무대더라도 최대한 즐기자고 다짐했고, 그 다짐을 잘 해냈다는 뿌듯함이 몰려와 웃음이 터졌다”고 했다.
2023년 세계선수권 은메달, 사대륙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며 ‘피겨 퀸’ 김연아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떠올랐던 이해인은 2024년 해외 전지훈련 중 음주 등 불미스러운 행위가 확인돼 3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였지만, 법원이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빙판에 복귀했다. 그렇게 극적으로 오른 올림픽 데뷔 무대에서 상위 10명 안에 드는 값진 성과를 이룩했다.

이해인은 “쇼트와 프리에서 시즌 베스트를 세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목표를 다 이뤄 너무 기쁘다”며 “완벽한 연기였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오늘만큼은 힘든 시간을 견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대회를 마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경기를 보러 엄마가 와 있는데,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고 싶다”며 천진난만하게 웃어 보였다.
더 높은 꿈을 향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트리플 악셀(3바퀴 반 회전)을 언젠가 성공하고 싶다”며 “계속 연습하고 도전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신지아(18)는 프리스케이팅 커리어 최고점(141.02점)을 받고 최종 206.68점으로 11위에 올랐다. 프리 프로그램 ‘사랑의 꿈(Liebestraum)’의 차분한 선율에 몸을 맡긴 신지아는 이틀 전 쇼트에서 저지른 점프 실수를 완전히 잊은 듯 빙판 구석구석을 오가며 관객들과 교감하는 여유를 보였다. 옅은 미소와 시선 처리도 훨씬 자연스러웠다.
중반부 점프인 트리플 루프에서 불안정하게 착지하는 실수가 있었지만 금방 중심을 잡았다. 안무 요소인 플라잉 카멜 스핀에서 착지가 흔들려 아쉽게 ‘레벨 2’를 받았다. 모든 연기를 마친 그는 ‘해냈다’는 듯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신지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첫 올림픽에서 개인 최고점을 받아 기쁘다”며 “아쉬움도 남지만 4년 뒤 지금보다 더 성장하고 단단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금메달은 총점 226.79점을 받은 알리사 리우(21·미국)가 차지했다. 미국 선수가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건 2002 솔트레이크시티 금메달을 딴 세라 휴스 이후 24년 만이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여자 싱글 세계 1위 사카모토 가오리(26·일본)는 은메달을 받았다. 동메달은 이번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깜짝 1등’(78.71점)을 차지한 일본 신예 나카이 아미(18)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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