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 현대면세점, 3위 신세계 자리 넘본다
지난해 첫 연간 흑자…체질 개선 결실
신세계 매출 감소 위기…역전 가시권

면세업계 4위인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내 최대 면세 사업자로 올라선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한 화장품·향수 구역을 확보하면서다.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하면서 체질 개선에도 성공했다.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 1위 사업자 등극을 계기로 업계 3위 신세계디에프와의 순위 역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발주자의 역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30일 제1·2터미널 면세점 DF1·DF2(화장품·향수·주류·담배) 구역 사업자 복수 후보로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을 선정해 관세청에 통보했다. 한 사업자가 여러 사업장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DF2는 1인당 여객 수수료를 더 높게 쓴 현대면세점이 맡게 될 전망이다.
현대면세점이 관세청 특허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 오는 7월부터 DF2를 운영하게 된다. 계약기간은 2033년까지 약 7년이며 운영 성과에 따라 최대 10년 연장할 수 있다. 현대면세점은 신규 구역까지 확보하면서 처음으로 인천공항 면세점 1위 사업자에 올라서게 됐다.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지 6년만이다.

현대면세점은 2020년 3월 인천공항 DF7(패션·기타) 사업권을 확보하면서 이듬해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을 시작했다. 2023년에는 DF5(부티크) 구역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과 복수 사업자로 선정되며 인천공항 내 입지를 넓혔다. 지난해 5월에는 기존 DF7 사업권을 5년 추가 연장하기로 하면서 운영 기반을 공고히 했다.
현대면세점은 DF2를 포함해 인천공항 내 전체 면세구역의 약 32%에 해당하는 2600평의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이는 단일 사업자로는 최대 규모다. 경쟁사인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DF1·DF2에서 철수하면서 DF5 구역만 운영하게 됐다. 롯데면세점은 이번에 DF1 구역 특허를 획득해 3년 만에 인천공항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권 획득은 현대면세점이 처음으로 인천공항에서 화장품·향수 카테고리를 판매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화장품·향수는 면세점 매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상품이다. 현대면세점은 이번 DF2 확보로 인천공항에서 화장품·향수·주류·담배·패션까지 모든 카테고리를 판매하게 된다. 현대면세점은 기존 구역의 매출 4000억원에 DF2의 매출 6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 공항점에서만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뚝심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3사 중 가장 늦게 면세사업에 뛰어든 후발주자다. 대기업간 혈투가 벌어졌던 2015년 1차 면세점 대전에 뛰어들었지만 실패의 쓴맛을 봤다. 이후 2016년 3차 면세점 대전에서야 어렵게 특허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의 면세사업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개점이 지연되면서 2018년 말에야 1호점인 무역센터점 문을 열 수 있었다. 2020년 초 두산면세점이 철수한 두타 자리에 2호점 동대문점을 열었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시기 사업권을 따낸 인천공항점 역시 하늘길이 막히면서 개점휴업에 가까운 상황을 버텨야 했다. 면세사업을 시작한 이래 계속 악재가 이어진 셈이다.
이 때문에 현대면세점은 개점 이래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매출액 역시 2022년 2조2571억원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지난해에는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 영업 면적도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줄이는 등 사업 효율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입지를 꾸준히 넓힐 수 있었던 건 보수적이고 실리적인 운영 전략 덕분이다. 현대면세점은 경쟁사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철수할 때마다 낮은 조건으로 그 자리를 채워왔다.
실제로 지난 2023년 DF5 입찰에서 경쟁사들이 최저수용금액보다 60% 이상 높은 수수료를 써낼 때 현대면세점은 5% 높은 수준으로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번 DF2 입찰도 신라·신세계가 2023년 제시했던 수수료(8987원·9020원)보다 크게 낮은 5394원을 써냈다. 임대료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공백이 생긴 구역을 채우는 방식으로 인천공항 내 입지를 확대한 셈이다.
'중도 철수' 없이 계약을 계속 이행한 점도 현대면세점의 강점이다. 현대면세점은 2020년 인천공항 사업권을 획득한 대부분의 면세점이 계약을 포기할 때도 DF7 계약을 끝까지 유지했다. 하늘길이 막혀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약을 이행하며 신뢰도 높은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3위 오를까
현대면세점의 실적 개선 역시 인천공항 사업 확대의 기반이 됐다.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이익 2억원을 기록하며 사업 개시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흑자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2018년 첫 면세점 개점 이래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낸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매출액 역시 시내면세점 축소에도 1조1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4.3% 성장했다. 매출액 1조원 선을 넘긴 것 것 역시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현대면세점이 올해 인천공항 1위 사업자 자리까지 확보하면서 면세업계 순위 변화 가능성도 커졌다. 업계 3위인 신세계디에프가 인천공항 일부 구역에서 철수하며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2조3050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인천공항 DF2에서 철수하면 연간 약 6000억원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현대면세점은 DF2 운영으로 같은 규모의 매출을 새로 확보하게 되기 때문에 단순 계산으로도 양사 격차는 급격히 좁혀지게 된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현대면세점이 타사 철수 자리를 채워온 전략이 항상 성과로 이어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두타면세점이 철수한 자리에 열었던 동대문점이 결국 지난해 문을 닫았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DF2 역시 신라·신세계가 위약금을 물고 나간 구역인 만큼 면세업계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면세점이 인천공항 화장품·향수 구역까지 갖추면서 명실상부한 공항 1위 사업자가 됐지만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수준이 워낙 높다는 점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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