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흐름 속 美·EU 동시 압박…K-바이오 기회 될까
CDMO·공동연구 재편 가능성

미·중 갈등이 바이오·제약 산업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이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경우 위탁개발생산(CDMO)와 공동연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 가능성도 제기된다.
美 '생물보안법' 후속 조치 주목…中 바이오기업 촉각
미국은 지난해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키며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협력 제한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은 미국 연방 자금을 지원받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우려 대상 기업과 협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미국 국방부가 중국 군사 기업 목록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가 삭제하는 일이 있었고, 해당 목록에 우시앱텍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목록이 조만간 발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군사 기업 목록에 포함된 바이오기업이 사실상 생물보안법의 우선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시앱텍은 글로벌 CDMO 시장 상위권 기업으로,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제약사의 위탁 생산·연구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EU, '호라이즌 유럽'서 중국 참여 제한
미국뿐 아니라 EU 역시 연구 협력 범위 조정에 나섰다. 국제학술지 Nature는 최근 보도를 통해 EU가 대표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Horizon Europe에서 중국의 참여를 제한했다고 전했다.
Horizon Europe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총 935억 유로가 투입되는 EU의 핵심 연구 펀드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부터 중국에 본사를 두거나 중국이 통제하는 기관은 AI, 통신, 보건, 반도체, 바이오, 양자기술 등 민감 분야 프로젝트에 대한 보조금 신청이 제한된다.
다만 기후, 생물다양성, 식량·농업 등 일부 분야는 참여가 허용된다. EU 측은 지식재산권(IP) 보호와 기술 이전 문제를 주요 우려 사항으로 언급했다. 이는 중국의 기술 굴기 전략과 군·민간 융합 정책에 대한 경계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폐쇄형 생태계' 전환 가능성…공급망 재편 변수
앞서 Nature 논평은 미·중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중국 내 일부에서 자국 중심의 '폐쇄 루프' 바이오 생태계 구축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논평은 완전한 자급자족 체계로의 급격한 전환은 중국과 글로벌 산업 모두에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부프로펜, 파라세타몰 등 필수의약품 원료의약품(API) 공급망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혁신신약 승인 건수와 임상시험 비중도 빠르게 확대해 왔다. 그러나 전주기 혁신 역량과 글로벌 상업화 경험 측면에서는 여전히 국제 협력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미국과 EU의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중국 기업은 미국·EU 시장 접근이 제한되는 대신 중동, 동남아, 중남미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생산 파트너 선정 기준도 재조정될 수 있다.
K-바이오, CDMO·공동연구 '기회 요인' 부각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의 기회 요인도 거론된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대체 파트너로서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연방 자금이 연계된 프로젝트의 경우, 규제 리스크가 낮은 생산기지 선호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Horizon Europe에서 중국 참여가 제한되면서 한국이 2025년부터 준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된 점도 변수다.
국내 바이오텍이 유럽 연구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과제 수주에 나설 경우 참여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적 수주 확대 기대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의 정치적 변수 확대가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한다.
결국 미·중 갈등과 EU의 연구 협력 조정은 단순한 양국 간 갈등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 재편의 신호로 읽힌다. 중국이 국제 협력 기조를 유지할지, 자국 중심 전략을 강화할지에 따라 CDMO, 임상, 연구개발 협력 구조 전반이 재구성될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K-바이오의 전략적 대응과 포지셔닝이 한층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