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나토의 ‘우크라이나 간접 무기 지원 체계’ 참여 여부 검토
호주와 뉴질랜드 참여 중…일본도 참여할듯
나토와 안보·방산 등 협력 강화에 긍정 요소
우크라와 전쟁 중인 러시아와의 관계엔 부담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우크라이나 우선 지원 목록’(PURL)에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PURL은 나토가 자금을 모아 미국산 무기를 구매한 뒤 우크라이나에 조달하는 체계이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PURL에 참여해 나토 측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 참여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지난 10일 통화에서도 해당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통화는 뤼터 사무총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는 대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나토와 다양한 방안을 지속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PURL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유럽 동맹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이후 신설된 체계다.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무기 목록을 나토에 통보하면, 나토 회원국들이 자금을 마련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한 뒤 우크라이나에 전달한다. 나토에 따르면 회원국 32개 가운데 75% 이상이 PURL에 참여하거나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우크라이나에 들어간 패트리엇 미사일의 75%, 다른 방공 미사일의 90%가 PURL을 통해 지원됐다고 나토는 밝혔다. 나토는 지난해 12월 기준 40억달러 이상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PURL을 통해 150억달러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토 회원국 외에 호주와 뉴질랜드가 PURL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PURL에 참여할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이 지난 11일 보도했다. 호주·뉴질랜드·일본은 한국과 함께 나토의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이다.
한국이 PURL에 참여한다면 우크라이나에 조달되는 무기의 구매 자금을 나토에 제공하는 것으로 간접 지원으로 볼 수 있다. 나토와의 협력 관계를 다지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나토 측과 안보 및 방산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PURL 참여는 나토 회원국과 방산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폴란드의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8조원 규모) 수주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지난해 11월 스웨덴에 밀려 탈락했다. 캐나다의 잠수함 조달 사업(60조원 규모) 수주를 위해 독일과 경쟁하고 있다.
두진호 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폴란드 잠수함 수주에서 실패한 배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유럽의 의구심 때문으로 분석된다”라며 “한국이 PURL에 참여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기여를 보여줌으로써 캐나다 잠수함 수주 과정에서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와 캐나다는 모두 나토 회원국이다.
반면 러시아와의 관계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러시아가 그간 한국과의 관계에서 ‘레드라인’으로 규정해온 살상 무기 관련 지원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를 간접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해할 수 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 동맹 수준의 관계를 맺은 러시아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거나 수출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한반도 정세 관련 질의응답에서도 “러시아의 국익을 고려해 한국과 향후 관계 노선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는 무엇보다 한국이 서방의 반러시아 제재를 따르기를 거부하고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과 관련해서 레드라인을 지키는 것과 관련이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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