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실적 대기업, 주주환원 ‘곳간’ 활짝 열었다

김희용 2026. 2. 2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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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ㆍ조선ㆍK-푸드 등 호실적 기업 중심 배당 대폭 확대
주주가치 제고 기조 확산

그래픽 : 대한경제

[대한경제=김희용 기자]지난해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대폭 강화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올라탄 반도체 기업들부터 마스가(MASGA) 중심에 선 조선사, 불닭볶음면 신화를 쓴 삼양식품까지 배당 확대 행렬에 동참했다. 정부의 고배당 상장사 세제 혜택 정책과 맞물려 주주가치 제고 기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2020년 이후 5년 만에 특별배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결산 특별배당금으로 1조3000억원을 추가 지급한다. 이에 따라 연간 총 배당 규모는 11조1000억원으로 불어났으며, 분기 배당액 역시 기존 2조4500억원에서 약 3조7500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SK하이닉스는 더욱 파격적인 주주환원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 결산 배당금을 전년 대비 43.8% 늘린 주당 1875원으로 결정함과 동시에, 무려 12조2400억원 규모의 자사주(1530만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주식 수를 직접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가장 강력한 주주환원 방식으로 꼽힌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 사장은 “미래 성장 투자와 재무 안정성 확보, 주주환원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계와 식품업계의 배당 잔치도 뜨겁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5년 결산 배당금으로 주당 9100원을 책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78.4% 증가한 수치로, 중간 배당을 포함한 연간 배당금 증액률은 141.1%에 달한다. 핵심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 또한 연간 배당금을 전년 대비 170.9%나 끌어올렸다.

불닭 시리즈로 사상 첫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삼양식품 역시 배당 성장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2023년 주당 2100원이었던 배당금은 지난해 4800원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환원을 실시했다.

반면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맨 기업들도 포착됐다. 현대차는 매출액은 늘었지만 미국 관세 정책 등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여파로 연간 배당금을 주당 1만2000원에서 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익성 악화가 주주환원 축소로 이어진 결과다.

최근 2개 사업연도 연속 흑자를 달성한 한화오션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무배당을 결정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 진입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 투자(CAPEX)와 미국 마스가(MASGA)를 포함한 해외 투자 재원을 우선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한화오션 측은 재무 안정성 확보와 성장을 위한 투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장기적 포석임을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대규모 주주환원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국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배당 여력의 핵심인 영업이익 실현 여부에 따라 기업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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