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코인 급락' 이유 물어 '화들짝'…자녀 금융 교육에 몰리는 부모들

문지수 2026. 2. 20.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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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금융캠프 모집 인원 2배↑신청
'자녀 주식 계좌 개설'도 이제는 '뉴노멀'
"경제 원리와 가치 습득하는 교육이어야"
6일 서울 도봉구 시립창동청소년센터에서 열린 ‘태어난 김에 금융 일주’ 캠프에서 금융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가격이 왜 비싸졌을까요?"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재료가 부족해서요."

이달 6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창동청소년센터에서 열린 1박 2일 어린이 금융캠프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강사의 질문에 앞다퉈 손을 들더니 단숨에 답을 맞혔다. "용돈 5,000원으로 치킨도 먹고, 게임 아이템도 사고, 저금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엔 모두가 "아니오"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수업 도중 간혹 어려운 경제 원리가 나오면 먼저 질문하는 등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아이들은 두쫀쿠 품귀 현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개념을 익히고, 주가 조작범을 찾는 마피아 게임을 하며 투자와 투기의 차이도 배웠다. 초등학교 4~6학년 대상인 이 프로그램은 참가 신청 공고를 올린 지 이틀 만에 신청자가 2배 넘게 몰렸다. 애초 20명이었던 정원도 10명 더 늘렸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넘쳐나는 수요를 반영해 21개 청소년센터에서 체험형 금융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예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아이들 대화 주제 된 투자... 소외감·두려움 느껴

6일 서울 도봉구 시립창동청소년센터에서 열린 ‘태어난 김에 금융 일주’ 캠프에서 ‘경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이 적힌 포스트잇이 칠판에 붙어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경제는 이제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10대 어린이 청소년에게도 경제는 학업 못지않게 중요한 관심 주제이고, 부모 도움으로 계좌를 개설해 직접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미성년 시기엔 왜곡된 정보를 스스로 걸러내기 어렵고, 투기 심리에 쉽게 휘둘리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아, 부모들은 고민이 깊다.

실제로 금융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은 경제 지식이 상당했다. '경제' 하면 무엇이 떠오르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돈' '부자' 같은 기본 개념부터 '복리예금' '비트코인' '코스피' 등 전문 용어까지 거침없이 적어 냈다. 새 학기에 6학년이 되는 박서연양은 "(또래인) 사촌이 미국 주식 '코카콜라'에 투자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주식을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 또래 집단에서 소외될까 두렵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경기 안양에서 온 김건희(11)군은 "학교 선생님이 주식 하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면 친구들은 다 손을 드는데, 나는 주식이 무엇인지 몰라서 외로웠다"고 토로했다. 김군의 어머니 황이슬(40)씨는 "아이가 돈 개념을 정확히 알고 체험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먼 길을 왔다"고 했다.

한 지역 맘카페에 아이가 주식에 관심을 가져 고민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네이버 카페 캡처

자녀에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싶다는 것도 금융 캠프를 신청한 이유 중 하나다. 김영주(48)씨는 어느 날 5학년 아들이 비트코인 급락에 오열하는 한 여성의 영상을 보여줬다고 한다. 김씨는 "아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비트코인이 뭐냐'고 묻는데 답을 못했다"며 "투자의 위험성과 유익함을 고루 배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자녀가 투자에 관심을 보여 고민하는 글이 적지 않다. 한 주식 커뮤니티에선 "중2 아들이 특정 주식을 사보고 싶다는데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돈에 집착하게 될까 걱정이 먼저다"라는 사연이 올라왔고, 한 맘카페에선 "중학생 딸이 갑자기 주식을 하고 싶다는데 저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는 글이 게시돼 공감을 얻었다.


'나만 뒤처질라' 공포 심리도

부모들이 금융 조기 교육에 나서는 데는 '코스피 5000 돌파' 등 자산시장 변화에 따른 '포모(FOMO·나만 뒤처진다는 공포)'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형제의 주식 계좌를 모두 개설한 박모(37)씨는 "어릴 때 금융 공부를 조금 더 빨리했다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있었다"며 "제 아이에게는 가계부 쓰기부터 주식까지 차근차근 가르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3개 증권사 미성년자 명의 계좌 개설 수는 지난해 12월 3만4,590좌로 집계됐다. 같은 해 1월과 비교해 약 3배 증가했다. 올해 초 딸 명의 주식 계좌를 만든 배병수(36)씨는 "과거에 테마주나 암호화폐에 뛰어들어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며 "우리 아이에겐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가 근로 소득만으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걸 경험하며 금융 교육에 관심이 커진 것"이라며 "경제 원리와 가치 같은 '금융 문해력'을 습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증시 활황에 따른 '포모'식 교육은 배금주의로 흐를 수 있어 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흡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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