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공소기각 판결이 반가운 이유 [뉴스룸에서]

남상욱 2026. 2. 2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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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운동경기를 인생 같다 말한다.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거나 "법으로 정해놓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들이 판결문에 연이어 등장한다.

당연하게도 부실한 수사로, 무리한 기소로 비판이 쏟아져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판결의 저의'부터 의심한다.

이런 흐름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우물쭈물 수사하다 '골든타임' 다 놓쳤던 검사(김태훈 대전고검장)까지 무죄 판결에 훈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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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공소기각과 무죄 판결
부당 기소와 부실 수사 비판
수사기관 변화 계기가 돼야
2012년 당시 KCC 감독이던 허재가 심판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흔히 운동경기를 인생 같다 말한다. 희로애락이 거기에 있으니, 함께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법원 재판을 한 번이라도 진득하니 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류로 비슷한 말을 할 것이다. 법정도 전쟁터야. 인생이나 운동경기만큼 치열하고 처절하기만 하지.

대개 3할을 치면, 세 번 중 한 번 안타를 때리면 수준급 타자 대우를 받는다. 30번 안팎의 경기에 나서 10번 정도 이기면 괜찮은 선발 투수다. 삼세판의 승부인 건 법정이나 야구판이나 매한가지다. 전지훈련 망치면 한 해 농사 불 보듯 뻔하고, 수사 자료가 충분치 않으면 법정에서의 결과는 보나 마나다.

경기에 심판은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없는 듯 있으면서 서슬같이 휘슬을 불고, 룰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심판을 바란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두 발을 바닥에 붙이고 있어야 할 농구선수가 '어깨빵'을 가해도 별 반응이 없다. 심판의 무심한 콜(Call)에 몸과 마음이 지친 선수는 노마크 골밑슛을 어이없게 놓친다. 본인이 게임을 만들어간다 믿는 심판이 때론 욕을 먹지만 침대축구를 방관하는, 침대 변론을 지켜만 보는 심판도 눈총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경기는 엉망이 된다. 상대편이 있는데 엉뚱하게 심판과 싸운다. 선수는 심판에게 항의하다 백코트를 못해 허무하게 실점한다. 어떤 감독은 이게 "불낙이야" 외치는 짤에 평생 부끄러움을 느낀다. 항의하면 발끈한 심판이 선수를 쫓아내고 선수는 욕지거리로 맞붙어 제재를 받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변호하는 이양하 변호사는 전에 없는 무례와 난동으로 법정에서 쫓겨났다. 당연히 잘못은 변호사에게 있지만, 어떤 관중은 심판이 "완장만 차고 있다"며 눈을 흘긴다.

잇단 공소기각과 무죄 판결로 검찰청과 법원 청사가 밀집한 서울 서초동이 떠들썩하다.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거나 "법으로 정해놓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들이 판결문에 연이어 등장한다. 당연하게도 부실한 수사로, 무리한 기소로 비판이 쏟아져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판결의 저의'부터 의심한다. "국민 상식에 어긋난 판결"이라는 불만에 "정치판을 전혀 모르는 판결"이란 말까지 등장한다.

이런 흐름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우물쭈물 수사하다 '골든타임' 다 놓쳤던 검사(김태훈 대전고검장)까지 무죄 판결에 훈수를 둔다. 부적절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생각하는데 의외로 그의 기사에는 '공감'이 많았다. 신뢰를 잃은 심판은 제대로 된 콜을 해도 '보상 판정'으로 욕먹기 마련이다.

달라진 심판의 휘슬에 이런저런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실력 부족, 성과 부담을 이기지 못한 특검의 무리한 선택, 사기 저하 같은 개혁의 여파 등.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법원의 태도다. 판례를 따른다지만 어차피 판례는 '따라가도 무리 없을 앞선 판결'일 뿐이다. '하드콜'에서 '소프트콜'로의 변화다.

심판이 변하면, 선수가 바뀌고, 게임의 질이 달라진다. 투덜거려도 선수는 심판의 휘슬에 적응해야 한다. 이참에 검찰이나 경찰이나, 공수처나, 특검이나, 앞으로 문을 열 중대범죄수사청이나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고, 또 먼지 날 때까지 털면 버틸 장사 없다고 했던가. 법원이 좀 더 엄격해졌으면 한다. 더 늦기 전에.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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