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이란 공습에 재조명되는 디에고 가르시아섬 [이규화의 지리각각]

이규화 2026. 2. 20.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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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항모전단 노리는 이란 극초음속 미사일 위협적
디에고 가르시아는 이란 A2AD서 비껴난 요충지
대형폭격기·핵잠·항모 지원 가능한 최적 군기지
트럼프, 영국에 “100년 임대는 불충분, 소유해야”
중동 경략 뿐 아니라 대중 견제 위해서도 ‘보배섬’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섬. 미 해군 제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 대 이란 공습을 염두에 두고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군력을 중동에 집결시키면서 인도양 한복판의 작은 섬 하나가 다시 세계 전략지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군은 F-35, F-22 등 최첨단 전투기와 지원 전력을 대거 전개해 사실상 전시 대형을 갖췄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단만 남겨둔 상태다. CNN은 “이르면 이번 주말에도 타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핵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군사옵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가운데, 미 해군은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전단과 제럴드 R. 포드 항모 전단을 이란 부근 해역에 배치했다.

그러나 항공모함이 만능은 아니다. 이란이 실전 배치를 공언한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파타흐(Fattah) 시리즈는 최대 사거리 2500㎞, 마하 10 이상의 속도와 변칙 기동 능력으로 요격을 어렵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급 탄도미사일 호람샤르(Khorramshahr) 시리즈도 역시 미 항모와 중동 내 미군기지를 위협하는 전력으로 꼽힌다.

미 군사전문가들은 “이란이 수천 기에 이르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A2AD(반접근·지역거부) 자산으로 운용할 경우, 항모는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란 본토에서 2000~2500㎞ 밖 해역까지 위협권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미군에는 ‘불침 항모’에 준하는 안전한 전진기지가 요구된다.

이 지점에서 재조명되는 곳이 바로 인도양 차고스제도의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섬이다. 이 섬에는 영국과 미국 공군기지가 있다. 몰디브 남쪽 730㎞에 위치한 이 섬은 이란 남부 해안으로부터 3400㎞ 이상 떨어져 있어 이란 미사일 사정권 밖에 있으면서도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출격하면 수 시간 내 이란 상공에 도달할 수 있는 절묘한 위치에 놓여 있다. 3600m급 활주로와 깊이 30m 안팎의 라군(내해)을 갖춰 대형 폭격기, 핵잠수함, 항모 지원함이 동시에 운용 가능한 천혜의 군사 인프라를 자랑한다.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 당시에도 이곳은 전략폭격기 출격 기지이자 해상 사전배치 전력의 허브 역할을 했다.

이 섬은 또 미군 3대 사령부 작전구역의 교차점에 위치한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 아프리카사령부(AFRICOM)가 만나는 지점에 있어 미군 통합 작전에 유리한다. 이러한 지정학적 이점은 이 섬을 “인도양의 불침 항공모함”으로 불리게 했다.

디에고 가르시아섬은 역사적으로도 사연이 깊다. 16세기 포르투갈 탐험가가 발견한 뒤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 통치를 거쳤고, 1966년 미·영 비밀협정으로 군사기지가 설치됐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 차고시안들이 강제 이주당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후 국제사법재판소는 모리셔스로부터 차고스 제도의 분리는 위법이라는 권고적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정작 디에고 가르시아섬은 모리셔스로부터 약 2150㎞나 떨어져 있어 이 섬이 모리셔스로 소속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일부 차고시안들은 모리셔스 귀속이 아닌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해 모리셔스에 주권을 이양하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는 99년간 임차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BBC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국제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해 기지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영국 보수당은 “모리셔스의 친중 성향 정부에 전략 요충지를 내주는 바보 같은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영국 의회는 스타머 총리의 결정을 뒷받침하는 법안을 아직 처리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향해 “어떤 이유로든, 기껏해야 불안정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100년(실제론 99년) 임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디에고 가르시아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과의 핵 협상이 불발될 경우 디에고 가르시아의 미군 기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지도 위에서는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디에고 가르시아는 중동·아프리카·아시아를 잇는 인도양의 심장부에 자리한 전략 요충이다. 이란의 미사일 위협이 항모의 접근을 제약하는 상황에서, 안전거리와 타격 접근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이 섬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이란 협상이 끝내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세계는 다시 한 번 이 외딴 환초에서 이륙하는 폭격기의 굉음을 주목하게 될지 모른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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