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대신 깔창 썼다는 말 듣고 창업”…100만명이 택한 착한 기업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6. 2. 19.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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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용품 스타트업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
필요한 부분만 순면 쓰고
정기구독 통해 수요 예측
홍보마케팅 줄여 가격 낮춰
누적 150억원 투자 유치에
최근 제조사 인수하며 확장
가성비 유지 구조 확보했죠
“현재 정부는 생리대 바우처 예산 160억원으로 청소년 23만명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저희 생리대 정기구독으로 방식만 바꿔도 같은 예산으로 50만명에게 ‘유기농 생리대’를 줄 수 있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니 싼 제품을 만들어 무상 공급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이후 여성용품 스타트업 해피문데이를 이끄는 김도진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글은 400회 가까이 공유됐고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 등 기업가들의 도움으로 청와대와 중소벤처기업부에도 전달됐다.

최근 김 대표는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시중에서 패드당 800원대에 팔리고 있는 소위 ‘프리미엄’ 생리대에는 과잉 스펙과 유통 마진 거품이 끼어 있다”며 “광고 모델료와 과도한 마케팅비를 제거하면 비슷한 품질 제품을 자사처럼 400~500원대에 공급하는 게 지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중 생리대 값이 알려진 것보다 비싸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100개 이상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자주 진행되는 할인 행사를 활용하면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한꺼번에 많이 사기 어렵고 바우처를 써야 해 구매처가 한정돼 있는 저소득층의 접근성 문제가 생리대 논쟁의 핵심”이라며 “바우처몰에서는 제대로 할인해주지도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생리대를 사야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피문데이]
김 대표에게 창업의 계기가 된 건 생리대가 없어 운동화 깔창을 대신 쓴 학생의 사연이 알려지며 사회에 충격을 줬던 ‘깔창 생리대’ 사건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어려운 수요자에게 1년간 기부하겠다고 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생리대를 보내주는 ‘걱정 없는 1년’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지속가능한 구조와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로 2017년 해피문데이를 설립했다.

“생리통이 심했기 때문”이라는 개인적 동기도 있다. 김 대표는 “아플 때마다 내 몸을 잘 이해하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며 “쉽고 편하게 해결해줄 수 있다면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해피문데이 생리대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꼭 필요한 부분에만 프리미엄 소재를 적용해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격을 낮췄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해피문데이는 생리대 요소 중 피부에 직접 닿는 ‘톱시트’층에는 유기농 순면을 쓰지만, 흡수층에는 여러 겹 감싼 고흡수성수지(SAP)를 쓴다. 김 대표는 “순면은 액체가 일정 수준 이상 흡수되면 다시 뱉어내는 성질이 있어 아주 뛰어난 소재가 아니다”며 “‘흡수체까지 모두 유기농 순면으로 만든다’고 광고하는 제품이 있는데 여건상 생리대를 자주 교체할 수 없는 사람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자사몰에 정기구독 모델을 도입해 유통 비용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한 것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해피문데이 앱에서 자신의 용량에 맞게 생리대 구성을 선택해 구독하고 지난 월경일들을 입력하면 자체 개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주기마다 배송한다. 수만 명이 구독하고 있고 1년이 지나도 유지하는 비율이 87%에 달한다. 생리대 누적 판매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마진을 거의 포기하고 시작했지만 유통 구조와 제조 과정을 개선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나벤처스, 인비저닝파트너스 등에서 누적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해피문데이는 지난해 생리대 제조사 보람동해를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자체 공장을 갖춰 비용을 더욱 낮추고 최대 생산량은 월 500만패드에 달하게 됐다. ‘생애 주기를 아우르는 여성 웰니스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장기 비전이다. 여성 건강기능식품, 여성 청결제, 임신 테스트기, 피임 기구 등으로도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초경 때부터 완경(의학 용어로는 ‘폐경’) 때까지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겠다”며 “현재 90만명에 달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도 3년 내 300만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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