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의얇은소설] 내 노래 어떻게 부를까
현란한 곡보다 진솔함에 더 감동
글쓰기는 핵심적 나를 보여주기
어떤 특별한 방법으로 쓸까 고민
이반 투르게네프 ‘가수들’(‘작가는 어떻게 읽는가’에 수록, 정영목 옮김, 어크로스)

이때 작가는 독자의 기대대로 하청업자와 야시카가 노래시합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인물들을, 혹은 앞에서 소개한 오늘의 두 노래꾼에 관해 묘사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배경은 어떻게 되는지. 조지프 손더스의 말처럼 투르게네프는 인물의 ‘구체성’이 인물의 생명력을 만든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작가인 듯하다. 마치 자신에게 소설의 씨앗은 이야기나 사건이 아니라 “인물의 재현”이라는 듯. 이 상세하게 느껴지는 인물들의 소개가 끝나면 독자는 서서히 깨닫게 된다. 그들이 곧 작가가 이 이야기에서 원하는 수행을 생생하게 해내고 있다는 것을.
자, 그래서 노래시합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와 원작의 차이가 몇 가지 있다. 공통점이라면 술집에서 손님들 사이에 노래시합이 벌어진다, 라는 하나의 공간과 상황이다. 다른 점은 여름과 겨울인 계절의 차이, 그리고 두 사람만 노래를 부른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점. 원작에서 배웠겠다고 짐작하고 싶은데, 영화에서도 모든 인물과 공간의 디테일과 주제를 살리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낸 점이 놀랍고 감동적이다. 결말의 방식은 원작과 영화에 큰 차이가 있어서 비교해서 보고 이야기 나누면 흥미로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 좋은 소설은 인물에게도 독자에게도 변화를 주고 질문을 남긴다.
다시 소설의 노래시합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한 사람은 춤곡을 선택해 모든 기술적인 능력으로 청중이자 심사단인 선술집의 손님들을 놀라게 한다. 현란하게, 자신에게 집중한 채. 다른 이는 불안한 음색으로 출발한다. 자신감이 떨어진 채 슬픈 노래를 “진짜 깊은 감정”으로 부른다. 자신을 믿고 노래에 몸을 맡기며 부르는 사이에 “행복감”이 느껴지는 듯 보인다. 관객들은 그가 자신들을 잊지 않고 노래 부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음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매우 가깝고 소중한 어떤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도. 한 사람은 자신의 능란함을 보여주었으나 관객에게 아무 감정을 끌어내지 못했고 기술적인 면이 부족했던 사람은 관객에게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우리가 가수라면, 어떤 일을 하고 있다면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일을 어떻게 해내고 있는가?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내 노래나 글쓰기에서 “어떤 핵심적인 나”를 보여줄 수 있고 나만의 어떤 “특별한 방법”으로 부르고 써야 할까. 연휴가 끝나고 봄을 앞둔 시점에서 ‘가수들’은 이러한 질문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1850년에 발표된 소설이 2026년의 독자에게.
조경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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