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진의시네마포커스] 가족이 떠안은 내전의 상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드물게 걸작의 반열에 오르는 미완성의 작품이 있다.
빅토르 에리세의 '남쪽'이 그런 영화이다.
빅토르 에리세는 스페인 내전의 상처를 그린 '벌집의 정령'(1973)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10년 뒤 '남쪽'(1983)으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영화 '남쪽'은 '벌집의 정령'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후 에스트레야는 우연히 아버지의 놀라운 비밀을 발견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번에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부녀간에 흐르는 무거운 침묵의 대립 속에서 에스트레야는 자신의 방식으로 나 홀로 성장하기를 택한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가 용기를 내어 화해의 손을 내밀지만 그녀는 거부한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진실을 들을 기회를 영원히 상실했을 때 그녀는 남쪽행을 결심한다.
우리는 아버지를 둘러싼 이야기의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아니면 환상인지 알 수 없다. 영화는 딸의 주관적 시점과 그녀의 시점을 벗어난 전지적 시점 두 가지로 전개되지만, 전지적 시점으로 보이는 것 역시 객관적 사실인지 아니면 그 역시 딸의 상상인지 분명하지 않다. 역사의 재건이 잃어버린 기억의 복원을 통해 가능한 것이라면 이 부녀에게 역사를 다시 쓸 기회의 문은 거의 닫힌 셈이다. 아버지는 침묵으로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드러냈지만 딸은 아버지를 상실한 자리에서 뒤늦게 기억의 흔적을 추적해야 한다. 영화는 진실을 명백하게 말해주지 않지만, 베르메르와 카라바지오를 연상시키는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미장센을 통해 가족이 떠안은 내밀한 상처를 섬세하고 고통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한다.
맹수진 영화평론가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엄마 위해 산 자양동 6층 빌딩 2배 껑충…채연의 '효심 재테크' 통했다
- 15년 전세 끝낸 유재석, ‘285억 현금’으로 ‘논현동 펜트하우스 벨트’ 완성
- 이영현 "첫째가 잇몸, 둘째가 눈 가져갔다"…엄마들의 '위대한 훈장'
- 커피 가루 싱크대에 그냥 버렸다가… ‘수리비 30만원’ 터졌다
- 7남매 집 사주고, 아내 간병까지…태진아가 350억 건물을 매각하는 이유
- "먼저 떠올린 건 매니저" 정해인 외제차 선물… 연예계 뒤집은 '통 큰 미담'
- 에어프라이어 200도로 튀긴 감자, '아크릴아마이드' 10배 폭증 [라이프+]
- “약사 손주가 꼭 먹으랬다”…88세 김영옥도 챙긴 '오메가3', 효과적인 복용법 [라이프+]
- 단칸방서 불판 닦던 ‘가장’ 주지훈, 100억원대 자산가 만든 ‘집념의 품격’
- 길 잃고 산 '금호동' 집 10배 대박…조현아의 남다른 '은행 3시간' 재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