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1심 “김용현, 계엄 준비 주도…조지호, 군의 국회 출입 허용”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법원은 ‘국헌 문란의 목적을 인식·공유한 사실’을 내란 공범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단순히 관여한 정도가 아니라,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의 권한과 기능을 상당 기간 정지시켜 무력화하려는 목적 자체를 인식했는지에 따라 군경 핵심 지휘부의 유무죄 판단을 달리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윤 전 대통령 이외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군경 지휘부 7명의 선고도 함께 내렸다. 이들 가운데 5명은 유죄, 2명은 무죄가 선고됐다.
내란 공범들의 유무죄 판단이 갈린 지점은 바로 ‘국헌 문란 목적의 인식·공유’ 여부였다. 재판부는 이런 조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폭동에 관여한 사람들을 집합범으로 내란죄를 저지른 것으로 1차 판단을 하고, 집단 내부에서의 역할에 따라 우두머리와 중요임무 종사자 등으로 구분했다. 재판부는 “내란죄는 집합범으로서 일정 규모 이상의 다수가 결합하여 함께 저지르는 범죄”라며 “폭동행위에 관여한 자가 국헌 문란의 목적을 인식·공유하면서 폭동행위에 관여했어야 하고, 관여 행위 자체에 대한 별개의 형법상 구성요건을 따져 죄책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기준으로 ‘내란 2인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공범’의 가장 중요 인물로 지목됐다. 김 전 장관이 “계엄을 주도적으로 준비했고, 군의 국회, 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꽃, 더불어민주당사 출동 등을 사전에 계획했으며, 독단적으로 부정선거 수사를 진행하려는 별도의 계획을 마련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윤석열의 비이성적 결심을 옆에서 조장했다”며 내란 종사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형량인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삼청동 안가 회동’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경찰의 질서 유지’ 지시를 받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도 유죄로 판단 났다. 재판부는 “(이들은) 계엄 선포 전부터 기동대 배치를 준비했고, 계엄이 선포되자 바로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했다”며 “이들은 질서 유지 차원이라고 주장하나, 군의 출입은 허용하였고, 정작 국회의원 등의 출입은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등 출입 차단 지시를 이행”한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역시 유죄가 인정됐다.
비상계엄의 ‘민간인 비선’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역시 김 전 장관과 “구체적으로 비상계엄을 논의했다”는 사유로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부정선거 수사 등에 관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민간인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을 끌어들여 피해를 입히는 등 김 전 장관과 전반적인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의논한 것으로 보여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비상계엄 당일 노 전 사령관과 계엄을 모의한 혐의를 받는 김용군 전 육군 대령과 ‘방첩사 체포조 지원’ 혐의를 받는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에 대해선 국헌 문란의 목적을 인식·공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단순히 ‘윗선 지시’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봤다. 하지만 이는 지난 12일 내란 가담 혐의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같은 법원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와 사뭇 다른 판단이다. 류경진 재판부는 “평균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도 계엄 선포와 후속 행위에 위헌·위법 요소가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귀연 재판부는 국헌 문란 목적의 인식 가능성을 훨씬 엄격하게 본 것이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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