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000원 제육백반 vs 3100원 버거…‘헉’소리 나는 점심값에 ‘갓성비 버거’ 시대 또 왔다
김치찌개, 제육볶음 같은 평범한 백반도 1만원을 훌쩍 넘기는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 일상화되면서 직장인들의 메뉴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새롭고 비싼 메뉴보다 ‘실패 없고, 가격 대비 확실한 한 끼’를 찾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 햄버거가 다시 섰다.

◇ 점심값 ‘1만원 초과 시대’…버거가 대안으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식료품·외식물가 상승률은 3.2%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웃돌았다. 체감 물가는 더 높다.
주요 프랜차이즈 버거 세트 가격도 1만 원대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일반 식당 한 끼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버거킹은 지난 12일 대표 메뉴인 ‘와퍼’ 버거와 세트 메뉴 가격을 7200원에서 7400원으로 인상했고, 19일 한국맥도날드 역시 주요 메뉴 가격을 조정하며 빅맥 세트가 7400원에서 7600원에 형성돼 있다.
업계는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을 인상 배경으로 설명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버거도 이제 만만치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식 메뉴 대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 빠른 회전율, 실패 가능성이 낮은 메뉴라는 점에서 햄버거는 여전히 ‘현실적인 점심 대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가격 흐름은 오히려 소비자들을 더욱 ‘가성비 햄버거’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3100원 불고기버거…‘실패 없는 가성비’

가성비 전략의 대표 주자는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다. 단품 2000~4000원대, 세트 5000~7000원대를 유지하며 가격 저항을 최소화했다. 효자 메뉴인 ‘그릴드 불고기’는 3100원이라는 가격으로 5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했고, 최근 누적 판매량 3000만개를 돌파했다. 연 평균 8%씩 꾸준히 성장했다.
치즈버거는 2600원, 갈릭앤갈릭은 3900원으로 2000~3000원대 선택지도 촘촘하다. 점심값이 부담스러운 소비자에게 “가격이 명확한 메뉴”라는 점이 강점이다. 단순히 저렴한 것이 아니라, 검증된 스테디셀러라는 점에서 ‘안전한 소비’로 받아들여진다.
◇ 소고기 8000~9000원 vs 치킨 4000~7000원

최근 버거 시장에서는 치킨 패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원가 부담이 큰 소고기 패티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은 닭고기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실제 주요 프랜차이즈를 보면 소고기 패티 버거는 단품 8000~9000원대가 형성돼 있다. 버거킹 ‘와퍼’ 단품은 7400원이다. 반면 치킨 버거는 4000~7000원대다. 버거킹 ‘더 크리스퍼’는 5700원, 롯데리아의 통다리 크리스피치킨버거·핫크리스피버거 등은 4300~6900원 선이다. 가격 차이가 2000~3000원가량 난다.
롯데리아가 1월 선보인 ‘통다리 크리스피치킨버거’ 2종은 출시 2주 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맥도날드도 닭다리살 패티에 마라 소스를 더한 ‘맥크리스피 마라 버거’를 출시했고, 버거킹은 치킨 버거 ‘크리스퍼’ 시리즈를 확대했다. 치킨 패티가 ‘가격 방어 카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 “싼 것만 찾지 않는다”…프리미엄·점심 할인 경쟁

흥미로운 점은 가성비가 단순히 ‘싼 가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버거킹 프리미엄 비프 패티 라인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75% 급증했다. 콰트로치즈와퍼 같은 가격대가 낮지 않은 메뉴도 판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무조건 싼 메뉴보다는 “돈을 내더라도 만족도가 확실한 메뉴”를 선택한다. 이른바 ‘실패 없는 가성비’다. 가격 대비 체감 효용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에 맞춰 점심 시간대 할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맥도날드는 ‘맥런치’와 앱 전용 쿠폰을 확대했고, 롯데리아는 지난달부터 ‘리아 런치’ 프로모션 시작 시간을 오전 10시30분으로 앞당기며 점심 고객 확보에 나섰다. 프리미엄 메뉴로 객단가를 높이면서도, 런치 프로모션으로 체감 가격을 낮추는 ‘이중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한편 가격 인상과 관련해 버거킹은 “수입 비프 패티와 번, 채소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각종 외부 요인에 따른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며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상 폭을 실질적인 원가 상승분 이하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역시 고환율과 원재료·인건비 상승 등 제반 비용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김여진 AX콘텐츠랩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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