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공범 여부 가른 ‘국헌문란 인식·공유’…사후 관여도 ‘유죄’

사전 모의한 김용현·노상원 중형
법원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
위법 인지하고도 가담 ‘공범’ 처벌
국회 봉쇄 관여 안 한 두 명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인정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은 징역 30년, 노 전 사령관은 18년, 조 전 청장은 12년, 김 전 청장은 10년, 목 전 경비대장은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같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과 김용군 전 대령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의 유무죄를 가른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실행됐는지를 알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폭동에 관여한 사실만 인정돼서는 안 되고, 국헌문란의 목적에 대해 인식·공유한 사실까지 인정돼야 집합범으로서의 내란범이 되고, 그 역할에 따라 내란 우두머리,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으로 나누어 처벌된다”고 했다.
법원은 12·3 내란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군경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면서 헌법상 계엄 해제 요구권을 가진 국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려 한 의도를 피고인들이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지귀연 재판장은 “이 사건의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라며 “계획을 같이 세우면서 (국헌문란 목적의) 인식을 공유할 수도 있지만 사후에 관여하면서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계엄을 준비한 김 전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피고인 중 가장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는 방식으로 국회를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가졌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의 ‘계엄 책사’로 지목된 노 전 사령관 역시 이런 점이 인정됐다. 법원은 ‘노상원 수첩’ 등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군이 국회에 출동해 상당 기간 국회 활동을 방해하거나 계엄 해제 요구를 저지할 것을 노 전 사령관이 예상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어 “국헌문란 목적 인식을 공유하면서 폭동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같은 논리로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 지시로 기동대를 보내 국회를 봉쇄한 경찰 수뇌부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봉쇄 지시를 일선에 전달한 국회경비대장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이 사전에 계엄을 모의하진 않았지만, 윤 전 대통령 등 윗선으로부터 국회 봉쇄 지시를 받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지시가 위법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목 전 경비대장의 경우 중간 간부에 불과하고, 현장에서 지시 위법성을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법정 최저형(5년)보다 낮은 형을 내렸다.
법원은 국회 봉쇄에 관여하지 않은 윤 전 조정관과 김 전 대령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윤 전 조정관은 경찰의 정치인 체포조 지원 인력 파견에 관여한 혐의를, 김 전 대령은 부정선거 불법 수사조직 ‘제2수사단’ 구성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두 피고인이 정치인 체포나 계엄군의 불법 수사 등 계획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윗선 지시에 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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