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내란 주체 가능…헌법기관 국회에 군 투입은 폭동”

김정화 기자 2026. 2.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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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입법·사법 권능 침해, 주권 침해의 한 모습” 내란죄 판단
무장한 군의 국회 출동·경내 강제 침입 등 대부분 ‘폭동’으로 규정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조’ 임무에도 윤석열의 ‘포괄적 지시’ 인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12·3 불법계엄 선포가 행정기관을 마비시키는 등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어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국회에 군대를 투입하고 ‘정치인 체포조’를 운영하려 한 행위가 한 지역의 평온을 해칠 정도의 폭동이 맞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대통령이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를 저지르는 주체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형법 91조 2호는 ‘국헌문란’에 대해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가권력의 또 다른 축인 입법·사법의 권능을 침해할 수 없다”며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내란죄에서 처벌하고자 하는 본질인 ‘주권 침해’의 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간 대통령에게는 국가긴급권으로서 비상계엄 권한이 있으므로 12·3 계엄 선포는 내란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헌법이 설치한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계엄 선포 이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이 투입된 것은 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 있었고, 이는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회에 군을 보내서 국회의사당을 봉쇄하고, 국회의장과 여당·야당 대표를 체포함으로써 국회의원이 모여서 토의하거나 의결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기존 내란죄 판례에 따라 “폭동이란 최광의의 폭행·협박으로,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국민의 권리 의무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가기관의 권한 범위가 조정되는 것 역시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군이 무장을 해서 국회로 출동하는 행위, 헬기 등을 타거나 담을 넘어 강제로 국회 경내로 침입하는 행위, 관리자 등과 몸싸움을 하는 행위, 체포를 위해 장구를 갖추고 국회로 출동하는 행위 등 대부분이 모두 폭동에 해당한다”고 했다.

방첩사령부의 정치인 체포조 임무에 관해서도 윤 전 대통령의 포괄적인 지시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정치인 14명에 대한 체포 대상자를 불러준 것이 인정되고, 김용현과 여인형이 이들을 모두 체포한다는 의미로 이해한 것도 인정된다”며 “실제 출동한 인원들은 적어도 자신이 국회에서 경찰 수사관 등을 만나 팀을 이루고 우원식 국회의장, 야당 대표 이재명, 여당 대표 한동훈을 우선 체포·구금해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로 이송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그간 윤 전 대통령은 체포조 운영이나 관련 임무에 대해 전혀 몰랐고, 그런 지시를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12월3일 이전에 김용현과 함께 군 투입 계획을 세우면서 군 통수권자로서 국방부 장관에게 세부적인 계획을 일임했다”며 “이런 내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더 나아가 “실제로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임박하자 윤석열이 직접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등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까지 한 사실은 여러 증거로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계엄 포고령 자체에 정치 활동 금지 규정을 명확히 두고 있어 체포를 예정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런 체포 활동이 국회 봉쇄를 통한 무력화라는 윤석열의 구체적인 목표와 부합한다”며 “윤석열은 이런 체포 지시에 대해서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곽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전화하기 전부터 부하들에게 ‘본회의장 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은 일부 인정했다. 그렇지만 “애초에 곽종근이 김용현에게 들은 임무 자체가 ‘국회에서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나오게 하고 입구를 막아 봉쇄하는 것’이었다”며 “이를 고려하면 윤석열로부터 직접 체포 지시를 받기 전이라도 곽종근이 급한 마음에 기존 지시를 거칠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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