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설렌다…그 눈빛, 그 이름[책과 삶]
주성철 지음
한겨레출판 | 404쪽 | 2만8000원

1990년대 시네필을 자부했던 사람이라면 정기구독했을 법한 ‘키노’ ‘필름2.0’ ‘씨네21’. 그 지면에서 익숙하게 마주쳤던 이름, 주성철 영화평론가가 홍콩 배우 양조위의 일대기를 14장에 걸쳐 집대성했다. ‘세계 최초 양조위 평전’이라는 수식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책은 한 배우의 삶과 작품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홍콩 영화사의 황금기를 병치한다. 양조위에게 주성치는 오디션을 함께 보러 가자고 꾀던 친구였고, 유덕화는 선의의 경쟁을 벌인 라이벌이자 동료였다. 장국영은 홍콩 영화 최대 프랜차이즈였던 <천녀유혼3>의 주인공 자리를 그에게 안겼고, 주윤발은 평생의 은인이자 멘토로서 대배우로 성장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유가령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긴 세월 함께한 그의 동반자다. 무엇보다 그는 홍콩 영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왕가위 감독의 영원한 뮤즈였다.
책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배우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게 한다.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잊고 있던 뒷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열심히 비디오 대여점을 기웃거리던 오래된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저자는 양조위를 홍콩 영화의 정신을 계승하고 지탱해온 ‘마지막 홍콩 배우’라고 규정한다.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평가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빛나는 그의 눈빛에는 홍콩 영화의 영광과 쇠락, 그리고 그 시간을 견뎌낸 흔적이 고스란히 서려 있다.
책 표지는 영화 <해피투게더>(1997) 촬영 당시 찍은 양조위의 미공개 현장 스틸로 꾸며졌다. 홍콩 영화 국내 배급을 맡아온 모인그룹 정태진 대표가 간직해온 사진이라고 한다. 배우의 삶은 물론 홍콩 영화사 비하인드까지 담아낸 책의 성격을 압축해 보여주는 귀한 표지인 셈이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가 깼지만 네가 치워라”···트럼프 적반하장에 분노하는 유럽
- “미워도 다시 한번” 보수 재결집?···“김부겸 줘뿌리란다” 국힘 심판?
- 이란 공격에 호르무즈 좌초 “태국 배 실종자 시신 일부 발견”
- 3시간 만에 ‘일반 봉투 쓰레기 배출’ 뒤집은 군포시···온라인 시스템 도입 철회, 왜?
-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트럼프 대국민 연설은 ‘종전’ 아닌 ‘확전’ 선언 [신문
- 노인 막으면 지하철 덜 붐빌까…‘무임승차’ 논쟁에 가려진 것
- ‘프로젝트 헤일메리’, 일일 박스오피스 1위···‘왕사남’ 51일 만에 2위
-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두 달 만에 또 대규모 주식보상···61억원 상당
- 신현송, 다주택 82억 자산가…강남 아파트·도심 오피스텔 보유
- ‘김부겸 지지’ 홍준표 “진영논리 안 돼···바람처럼 자유롭게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