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용 침향, ‘믿음’ 말고 ‘기준’으로 구분해야
요즘 백화점과 온라인몰 선물코너를 둘러보면 ‘침향’을 내세운 제품들이 눈에 띈다. 고급스러운 포장 위에는 ‘귀한 약재’ ‘왕실에서 쓰던 원료’라는 설명이 덧붙는다.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침향은 과연 무엇일까.
침향은 특정 수종의 나무가 외부 자극이나 상처를 입었을 때 방어 과정 중 나온 수지가 오랜 시간 축적·형성된 특수 천연물질이다.
침향은 수천 년 전부터 신성한 재료로 쓰였다. 인도 의학서에는 다양한 치료 효과가 있다고 기록됐다. 오랜 역사와 상징성으로 더 가치 있는 원료로 대중에게 인식됐다.
이러한 인식과는 별개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우리가 구매하는 침향 제품 품질은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
일반 소비자에게 침향이라는 소재는 여전히 낯설다. 원목 형태로도, 절편이나 분말 형태로도 그 진위를 맨눈으로 구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높은 가격을 내는 제품이라면 ‘정말 제대로 된 원료일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 의문이 단순한 심리적 불안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침향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정작 ‘식용 침향’을 과학적으로 구별할 법정 시험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우리 법체계는 분명하다. 식품위생법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은 식품에 사용되는 모든 원료가 기준과 규격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또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은 원료의 명칭, 함량, 기능성 표시를 과학적 근거로 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침향 같은 전통 원료의 경우 그 ‘과학적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식품공전’도 살펴봐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안전성과 건전성을 확인한 식품 원료들을 ‘식품공전’에 등재한다. 등재되지 않은 식품 원료들은 유통·섭취되면 예기치 못한 건강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국민 보건위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현재 식품공전 등재 침향은 아퀼라리아 말라센시스와 아퀼라리아 아갈로차 두 종이다. 그 외 침향은 식품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해당 종인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별할 법정 시험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식용으로 인정되지 않은 침향이 식품 원료로 둔갑해 유통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차단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침향 제품을 고를 때 기대하는 것은 복잡한 학술 설명이 아닐 것이다. ‘침향’이라고 표시되어 있다면, 그에 부합하는 적법하고 안전한 원료가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결국 소비자는 표시와 광고에 의존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단순한 정보 부족이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정보를 받지 못한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해법은 명확하다. 식용 침향과 비식용 침향을 명확히 구별할 기준과 시험방법을 하루빨리 마련하는 것이다. 침향이 ‘귀한 선물’로 자리 잡으려면 믿음에만 기대는 시장이 아니라 과학적 검증과 제도적 장치로 신뢰를 뒷받침하는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예슬 법률사무소 구현 대표변호사·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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