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차장 자동결제시스템, 고령·디지털 취약층에 또다른 장벽
전문가 “효율성 높일 수 있지만
소외층, 또다른 배제될 수도…
보완 장치·교육 함께 마련을”

수원 곳곳 공영·민간 주차장이 무인 자동 결제 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이 도심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편의를 내세운 무인화가 오히려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77.5%로 전년보다 개선됐다.
그러나 70대 이상은 60%대 중반에 머물렀다. 일반 국민과의 격차도 여전하다. 디지털 접근 수준은 96.5%로 높았지만 활용 수준은 80.0%, 역량 수준은 65.6%에 그쳤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됐지만 실제 온라인 서비스 활용에서는 고령층의 한계가 분명하다. 기기에 접근할 수 있어도 활용 역량은 별개라는 의미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수원시는 최근 수년간 공영주차장 무인화를 확대했다. 차량 번호를 인식한 뒤 출구에서 정기권이나 모바일 앱으로 자동 결제하는 방식이다. 과거 현금 수납함과 상주 관리원이 맡던 역할은 대부분 사라졌다.
수원시 인계동에 거주하는 김모(73)씨는 최근 가족 모임을 위해 도심 공영주차장을 찾았다가 식사도 하지 못한 채 돌아갔다. 출구에서 모바일 앱 결제가 되지 않아 10여분간 차량이 멈췄다. 호출 버튼을 눌렀지만 관제센터 연결은 지연됐다. 김씨는 "편리하다고 만든 시설이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수원역 환승센터 주차장과 행궁동 일대 공영주차장 결제기 앞에서는 키오스크를 여러 차례 눌러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고령 운전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앱 설치와 카드 등록 절차를 이해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수원시 팔달구에 거주하는 우모(75)씨는 "차량이 밀려 뒤에서 경적이 울리는데 기계음 안내만 반복됐다"며 "상담원 연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더 큰 압박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차단기는 그대로 서 있고 뒤차는 다가오니 손이 떨렸다"며 "버튼이 있어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비상 호출 버튼 역시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상담원 연결을 기다리는 동안 출구가 막히면서 발생하는 뒷차의 압박은 고스란히 고령 운전자의 몫이다.
효율 중심의 시스템 설계가 현장의 심리적 안전망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안학과 교수는 "공공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은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정보 소외계층에 대한 접근성 보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또 다른 배제가 될 수 있다"며 "보완 장치와 교육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준희 기자wsx3025@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