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음해, “징징대지 마라”까지… 尹 재판으로 1년 시달린 지귀연 판사

김우영 기자 2026. 2. 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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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법관 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적극적 재판 지휘 안 해 비판받기도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판결문을 낭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가 19일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형사25부가 이 사건을 배당받은 지 384일 만에 나온 결론이다.

1년이 넘는 재판 기간 동안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화교 출신’이라는 가짜 뉴스부터 ‘룸살롱 접대 논란’ 등 각종 근거 없는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尹 구속 취소하자 “애국 판사” 주장도… 여권서 ‘룸살롱 의혹’ 제기

지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형사25부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배당받은 것은 작년 1월 31일이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지 부장판사가 사건을 맡은 직후 ‘화교 출신’이라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이름이 특이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다가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를 결정하자, ‘영웅’ ‘애국 판사’라고 지칭하는 지지자들이 나왔다.

반면 여권에서는 그 이후 지 부장판사가 룸살롱에서 직무 관련자들에게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법원이 자체 조사에 나섰고, 당시 지 부장판사가 후배 변호사들과 식사를 했고 음식값은 직접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문제의 술집은 저녁 식사 후 동행한 변호사의 제안으로 방문했으며, 큰 홀에서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시설을 갖춘 곳으로 룸살롱 같은 곳은 아니었다는 게 대법원의 조사 결과였다. 급기야 지 부장판사는 재판정에서 직접 자신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법원은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부 심의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로 이어져 지 부장판사가 압수수색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재판 진행 방식도 화제… “법정 추워요” 발언도

지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주요 재판을 전담하는 과정에서 재판 진행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농담 섞인 재판 지휘를 하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무거운 형사법정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내란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다루는 재판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 부장판사는 작년 10월 30일 공판에서 변호인들이 다음 기일을 지정하는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자 “우리 변호사님들 간절한 눈빛에 제가 마음이 약해진다”며 너스레를 놓기도 했다. 지난 1월 6일 공판에선 방청석에 앉은 기자들에게 “기자님들, 우리 기사 좀 써줘요. 법정 추워요. 그래야 (법원행정처) 처장님도 예산 투입하지, 우리가 얘기하면 ‘헝그리 정신’으로 버티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은 지난 1월 9일 결심 공판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당시 김용현 전 장관 측 변호인이 ‘방어권 보장’을 내세우며 ‘필리버스터(국회 내 무제한 토론)’급 변론에 나서면서 재판이 지연됐는데도 지 부장판사가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결심 공판이 자정을 넘기자, 예정돼 있던 특검의 구형은 1월 13일로 연기됐다.

다만 일각에선 이를 두고 사건의 특성을 감안해 윤 전 대통령 측에 발언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려 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충분한 기회를 줬다는 명분을 확보하려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김 전 장관 측이 증거 조사 절차를 두고 특검과 실랑이를 벌이자, 지 부장판사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징징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월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이재용 회장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주심 맡아 무죄 선고

지 부장판사는 법조계에서 엘리트 판사 코스를 밟아온 법관이란 평가를 받는다. 서울 개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2002년 31기로 사법연수원 과정을 수료했다. 공군 법무관으로 병역을 마치고 2005년 인천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가정법원 판사, 수원지법 판사,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15년과 2020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차례에 걸쳐 6년간 지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법원 내 요직으로 분류된다. 특히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전해졌다.

지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한 건 2023년 2월부터다. 3년간 형사25부 재판장을 맡으면서 굵직한 사건을 다수 맡았다. 2024년 2월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의 주심을 맡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적용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해 9월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에겐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작년 12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으로 기소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지 부장판사는 오는 23일 서울북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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