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雨水 <우수>

박영서 2026. 2. 1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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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우.

눈이 비로 바뀌면서 얼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는 절기(節氣)가 우수다.

스물네 절기 가운데 우수는 이름부터가 조용하다.

"우수·경칩이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말이 있듯 이 시기엔 춥던 날씨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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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우. 물 수. 눈이 비로 바뀌면서 얼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는 절기(節氣)가 우수다. 스물네 절기 가운데 우수는 이름부터가 조용하다. 입춘(立春)처럼 문을 열어젖히지도, 경칩(驚蟄)처럼 세상을 깨우지도 않는다. 다만 소리 없이 비가 내리고 얼음이 녹는 순간을 가만히 짚어준다. “우수·경칩이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말이 있듯 이 시기엔 춥던 날씨가 풀린다. 실제로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하지만, 조상들은 자연의 기온보다 먼저 봄의 징조를 읽었다.마음이 풀리는 날, 그것이 우수였다.

우수가 오면 겉으로는 변화가 없어 보여도, 땅속에서는 생명의 기운이 꿈틀거린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이 무렵 논둑을 손보고 씨앗을 골랐다. 그러면서 한 해 농사의 향방을 가늠했다. 동시에 우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단장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농부들은 농기구를 하나하나 정성스레 손질했고, 선비들은 묵은 책을 덮고 새 글을 준비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얼음이 녹아 흐르듯, 굳었던 생각도 풀어내는 것, 이는 ‘대학’(大學)의 가르침처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날마다 새로워지고 또 날마다 새로워진다)의 자세였다.

19일은 우수였다. 봄의 길목인 입춘은 이미 지났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도 이제 지척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녹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밀어내고, 속도와 효율을 앞세운 무한경쟁이 일상이 된 시대다. 봄을 말하기엔 세상이 너무 차갑다. 필요한 것은 마음의 해빙이다. 얼음이 스스로를 놓아야 물이 되듯, 우리 사회도 굳은 생각과 이익의 빙벽을 조금씩 내려놓아야 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지혜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겨울은 길어질 뿐이다. 우수는 묻는다. 과연 마음의 봄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박영서 논설위원 p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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