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좀 봅시다”…배드 버니의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어땠길래
트럼프 “역대 최악 공연...춤 역겹기까지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 저격한 팝 가수 배드 버니의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이 ‘비속어’ 논란으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검토 대상이 됐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배드 버니는 스페인어로 미국 대중문화를 뒤흔든 라틴계 스타로 꼽힌다.
18(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가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결승전인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대본을 미국 엔비시(NBC) 방송에 요구했다. 이는 공화당 소속 랜디 파인 하원의원이 ‘지난 8일 공연에서 배드 버니가 스페인어로 비속어를 사용했다’며 벌금 부과와 방송 면허 재검토를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슈퍼볼 중계권은 엔비시가 보유했다.
그러나 안나 고메즈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은 “녹취록을 꼼꼼히 검토한 결과 규정 위반 사항은 없었다”며 “일반적인 생방송 공연을 이유로 방송사를 괴롭힐 만한 근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해당 공연에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 포함된 가사는 없었다며 연방통신위원회는 추가 증거가 없는 한 이 문제를 더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배드 버니의 공연을 노골적으로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정말 끔찍하다. 역대 최악 중 하나”라며 “도무지 말이 안 되고, 미국의 위대함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도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고 춤은 역겹기까지 하다”며 “특히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지켜보는 어린아이들에게는 더더욱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은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결승전(2쿼터 후)에 열리는 세계적인 팝 스타들의 대형 공연으로 12∼15분 내외의 화려한 무대가 펼쳐진다. 전 세계 1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현대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무대로 당대 최고 스타만이 설 수 있는 자리로 꼽힌다. 이 무대는 1993년 마이클 잭슨 공연을 기점으로 초대형 팝스타들의 콘서트로 발전했고, 폴 매카트니, 레이디 가가, 비욘세 등 전설적인 가수들이 공연을 올렸다.
올해는 배드 버니가 슈퍼볼 하프타임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약 13분 동안 거의 전 구간을 스페인어로 진행해 전례가 없는 파격으로 눈길을 끌었다. 공연은 단순한 팝 무대를 넘어 식민지 경제의 잔재를 상징하는 사탕수수 농장 세트와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 이후 전력망 붕괴를 환기하는 퍼포먼스, 젠트리피케이션과 정치적 부패 등을 통해 푸에르토리코의 사회·문화적 기억을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남미-중미-북미 순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나라들을 호명하며 “우리는 다 함께 아메리카”라는 메시지를 던졌고, 전광판에는 “사랑은 증오보다 강하다”라는 문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스페인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푸에르토리코는 카리브해에 있는 미국의 자치령으로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이후 미국 영토가 됐다. 푸에르토리코인들은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통령 선거 투표권이 없고, 연방 의회에서도 투표권을 가진 의원을 두지 못하는 등 정치적 대표권이 제한돼 있다. 배드 버니의 노래는 이러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정체성과 저항의 정서를 레게톤·라틴 트랩의 형식으로 풀어내며, 푸에르토리코의 전통 리듬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드 버니(본명 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오카시오)는 무명 시절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온라인에 음악을 올리며 이름을 알린 뒤 세계적 스타로 성장한 가수다. 그는 2020년대 비영어권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현세대 라틴 가수 전체를 통틀어 압도적인 인지도와 팬덤을 보유한 가수로 꼽힌다.
그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내는 앨범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비영어권 아티스트로서는 이례적인 존재감을 보여왔다. 에이피(AP) 통신은 그가 푸에르토리코와 라틴 음악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고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문화적 정체성 확산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배드 버니는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스페인어권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부문에 동시에 후보로 지명되는 등 총 6개 부문에서 이름을 올렸다. 이중 그는 그래미 어워즈 최고 영예로 꼽히는 ‘올해의 앨범’ 상을 거머쥐었다. 이 앨범은 그래미 ‘올해의 앨범’ 수상작 가운데 처음으로 전곡이 스페인어로 구성된 앨범으로 기록됐다.
특히 이번 하프타임 공연에서 선보였던 그의 ‘DtMF’(사진을 더 많이 찍었어야 하는데)는 이번주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공개된 이 노래는 미국 내 라틴 음악 전용 차트인 ‘핫 라틴 송 차트’에서 47주 연속 1위를 기록해 왔다. 그런데 이달 공연이 열렸던 둘째주에 스트리밍 횟수가 185% 증가하면서,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도 첫 1위에 오른 것이다. 그의 다른 노래들도 순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언론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배드 버니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만큼, 미국 내 ‘반 트럼프 정서’가 빌보드 차트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올해 초 미국의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라틴계 미국인들의 대규모 강제 추방에 대한 우려로 미국 본토 투어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오피셜 차트(OCC) 톱 10 히트곡에도 그가 이름을 올리며 전례 없는 흥행을 보이고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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