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인정한 법원 … "국회에 대한 공격은 왕이라도 반역"
법원 "의회에 軍보낸게 핵심"
특검 "독재위한 계엄" 주장에
법원 "목적 증명되지 않았다"
김용현 징역 30년·노상원 18년
국회 진입 자체가 폭동 '유죄'
법원 "수많은 사람 고통받는데
尹, 국민에 사과의 뜻 안보여"

법원이 12·3 비상계엄을 다시 한번 내란으로 규정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라도 국회를 물리적으로 제압하려 든 것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반역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19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가 열린 서울중앙지법 일대는 지지자들과 반대파의 격렬한 집회가 열린 가운데 긴장감이 감돌았다. 선고가 열린 417호 대법정은 전두환·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들이 재판을 받으며 거쳐간 곳이다. 윤 전 대통령은 흰색 셔츠에 남색 재킷을 입은 채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내란을 모의하거나 가담한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지난 정부의 군경 수뇌부도 7명 중 5명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과 계엄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과 '정치인 체포조' 구성에 협조한 혐의로 기소된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은 내란에 의식적으로 가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자체만으로 내란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 목적이 헌법기관을 마비시키는 등 헌정질서를 문란하게 하려는 것이라면 내란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무회의 의결 등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이 지켜졌는지는 대통령의 폭넓은 재량 사항이니 일일이 법적으로 따지지 않더라도, 계엄 상황에서도 침해할 수 없는 국회나 사법부의 기능을 막으려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집권 중인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내란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재판부는 반역죄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세시대 의회와 갈등을 겪던 잉글랜드의 왕 찰스 1세가 군대를 투입해 국회를 해산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거론됐다. 반역죄가 '왕에 대한 범죄'에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 전반으로 확산됐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회를 공격한 행위도 폭넓게 내란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장기 집권 등 독재를 목표로 삼아 비상계엄을 일으켰다는 특검 측 주장까지는 "증명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월권이므로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헌법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수사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공수처가 수사하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내란죄가 연결돼 있어 수사가 가능하다"며 "검찰과 경찰의 증거, 재판 과정에서 인정된 증거만으로도 유죄 인정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정치인 체포조 임무와 관련해서도 "김 전 장관이 여인형 전 사령관에게 정치인 14명의 명단을 불러주면서 체포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부터 국회 봉쇄, 체포조 편성, 선관위 점거 등 계엄 당시 일련의 조치가 모두 합쳐져 폭동에 해당한다며 "서울과 수도권 등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비상계엄의 여파로 수많은 공직자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점도 처벌의 근거로 꼽혔다. 재판부는 "수많은 군경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면서도 "순간적인 판단을 잘못했다는 이유 때문에 일부는 구속돼 있고 가족들은 고통받으면서 무난하게 군과 경찰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던 다수의 공직자가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범행에 대해 사과의 뜻을 내비치지 않고 오히려 별다른 사정 없이 재판에 불출석하는 태도를 보인 점도 처벌 요소라고 짚었다. 다만 내란의 계획이 허술했고,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우며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는 65세 고령이라는 점은 감경 요소로 꼽았다.
무기징역 선고를 듣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표정에는 이렇다 할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갈 때 지지자들이 "힘내세요" 등을 말하자 잠시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기도 했다.
이번 선고는 1996년 8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1심 사형을 선고받은 지 30년 만에 당시와 동일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이뤄졌다. 서울대 재학 시절 모의법정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것으로 알려진 윤 전 대통령은 세월이 흘러 내란 혐의로 심판을 받는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박홍주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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