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무기징역까지···443일을 건너온 ‘보통의 사람들’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피고인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2024년 12월3일 불법계엄이 선포된 지 443일 만이다. 그동안 시민들은 광장에서 밤을 새웠고 거리에서 외쳤으며 뉴스 알림을 끄지 못한 채 일상을 버텼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견뎌낸 시간이 이날에 닿았다.

“무엇이 공정이고 상식이었나···매일이 비상이었다”
김태성씨(53)는 12·3 내란 이후 열한 살 딸과 함께 집회에 나갔다. 그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과 해병대 사관 동기다. 한 청년의 죽음을 대통령이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지켜보며 김씨는 이미 “윤 정권 붕괴의 조짐을 느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등 많은 생명이 사라져갈 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어요. 권력 유지에만 혈안이 된 정권이라는 게 드러난 거죠.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무엇이 공정이고 상식이었나요.” 그에게 불법계엄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누적된 균열의 끝에서 터져나온 결과였다. 이번 선고는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어야 했다. 김씨는 “윤석열 한 명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는 박정훈 단장의 말이 생각났다”며 “더 이상 선량한 사람이 죽지 않도록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씨(51)는 12·3 내란 당일 국회로 달려갔다. 그에게 불법계엄 선포는 “이태원 참사의 연장선”이었다. “국민을 지킬 의지가 없던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 참사가 벌어졌고 결국 내란까지 이어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참사로 조카 수정이를 잃은 그는 국회로 헬기가 오고 군인들이 들이닥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이 내란이 성공하면 우리 아이들의 참사는 땅속 깊이 묻혀버린다고 생각했어요.” 김씨와 다른 유족들은 국회 앞과 광장에서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443일이 흘렀다. 김씨는 “아쉬움은 있지만 내란이 인정된 것은 다행”이라며 “나라를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의 시간을 무용지물로 만든 행위에 대해선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기징역, 아쉬운 선고···계속 경계심 가져야 해”
여성 농민 김후주씨(38)는 443일 중 지난해 4월4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 날로 꼽았다. 헌법재판소 근처인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소식을 들으면서도 “불안한 맘을 떨칠 수 없었다”고 했다. ‘내란성 불면증’을 겪었고, 내란 우두머리 선고날까지도 불안했다. 김씨는 “이제야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민주주의의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계속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란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죄”라며 “항소심에서는 더 엄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란범을 배출한 국민의힘은 정당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사한월씨(30)는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조선업 노동자이자 성소수자인 그에게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있는 그대로 존재해도 안전한 세상”이었다. 내란 이후 광장은 그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공간이었다. “행동함으로써 지켜낸 민주주의”를 굳건하게 만들기 위해선 제대로 된 단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재판부가 내란이 치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 대목은 의문이 남고 최고형이 선고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면서도 “그럼에도 민주주의 전복 시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내린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피가 아닌 빛으로 쓴 민주주의, 다시는 내란이 더럽히지 않기를”
내란은 실패했고, 그 우두머리에 대한 첫 선고가 내려졌다. 이제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로 향할까. 12·3 내란 당시 국회로 달려갔고 여러 투쟁 현장에서 연대해온 진아씨(36)는 이번 판결이 “행동하는 민주주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운 밤을 함께 지새며 목소리를 높였던 시민들의 얼굴을 그는 또렷이 기억했다. “우리는 피로 쓴 민주주의가 아니라 빛으로 지킨 민주주의를 만들었잖아요. 과거 계엄을 했던 권력자들이 너무 쉽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빛의 혁명을 이뤄낸 시민들을 아름다운 역사로 남기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서 다시는 내란 시도가 있어선 안 됩니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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