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사랑을 싣고…결승전서 청혼, 경기하며 데이트

남지은 기자 2026. 2. 1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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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
미국 스키 선수 브리지 존슨(오른쪽)이 지난 12일 슈퍼대회전 경기 뒤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있다. 존슨 SNS 갈무리

“나와 결혼해줘.”

남자는 스키를 타고 설원 위를 질주해온 여자에게 청혼 반지를 꺼내 보였다. 여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화답했다. 로맨틱한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쟁 속에서도 사랑은 꽃핀다.

미국 알파인스키 선수 브리지 존슨은 지난 12일(한국시각) 여자 슈퍼대회전 경기 뒤 결승전 근처에서 연인 코너 왓킨스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 둘은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나 약 2년 반 교제했다.

‘그 남자’는 다 계획이 있었다. 왓킨스는 미국 올림픽 주관방송사 엔비시(NBC)와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1년 동안 준비해왔다”며 “결승전 구역에 들어가 내가 원하던 방식대로 프러포즈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존슨은 활강에서 우승해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슈퍼대회전에서는 미끄러져 2관왕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사랑은 아쉬웠던 순간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로 바꾸는 마법을 부린다. 존슨은 “넘어진 뒤 스스로 바보 같다고 생각했는데, 왓킨스가 청혼해서 놀랐다. 선수들은 대부분 올림픽에서 정점을 찍기를 원하는데, 나는 제대로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힐러리 나이트(왼쪽)가 미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브리트니 보에게 청혼하고 있다. 나이트 SNS 영상 갈무리

프리스타일 스키에 출전한 우크라이나의 카테리나 코차르에게도 이번 올림픽은 ‘사랑’으로 기억될 듯하다. 그는 15일 여자 빅에어 예선 경기 뒤 연인에게 청혼을 받았다. 결선에 진출해 기뻐하던 그 순간,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반지를 꺼냈다. 코차르가 청혼을 받아들이자 현장은 환호로 가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아이스하키 힐러리 나이트도 자신의 다섯 번째 올림픽을 사랑으로 완성했다. 동성 커플인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브리트니 보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약혼반지를 건네는 영상을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개했다. ‘올림픽은 우리를 이어줬고, 영원히 함께하게 했다’는 문구와 함께. 두 사람은 2018년 평창 대회 때 만나 연인이 됐다.

청혼은 설원 위에서만 펼쳐진 게 아니었다. 스페인 아이스댄스 대표 올리비아 스마트는 발렌타인 데이(14일)에 밀라노 거리에서 청혼을 받았다. 상대는 은퇴한 미국 아이스댄서 장 뤽 베이커였다.

발렌타인 데이 때 밀라노 거리에서 올리비아 스마트(왼쪽)가 장 뤽 베이커에게 청혼을 받는 모습. 스마트 SNS 갈무리

같은 꿈을 꾸는 청춘들이 모이는 ‘올림픽’은 사랑의 큐피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서로의 존재는 경쟁의 압박을 견디게 하는 ‘힘’이자 ‘쉼’이 된다.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유타 레르담은 약혼자인 유튜버이자 복서 제이크 폴이 관중석에서 눈물로 응원하는 가운데 1000m 경기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웠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선수인 한국계 미국 국가대표 클로이 김(미국)도 남자친구인 미식축구 선수 마일스 개럿의 응원을 받으며 예선과 결선을 치렀다. 자신의 카메라와 휴대폰으로 경기 사진을 찍으며 클로이를 응원했고, 13일 결선에서는 한국어로 “화이팅”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 여자 컬링 설예은은 연인인 영국 컬링 바비 래미와 올림픽 기간 중 데이트하는 모습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둘은 2023년 국제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래미가 설예은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다이렉트메시지(DM)를 통해 연락했고,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일과 사랑을 병행 중이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설예은과 영국 남자 컬링대표팀 바비 래미는 올림픽 기간 중 데이트하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설예은 SNS 영상 갈무리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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