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6년 병오년

2026년 병오년(丙午年)은 육십갑자 가운데 43번째 해로, 천간 병(丙)과 지지 오(午)가 결합한 '붉은 말의 해'다. 이처럼 병오년의 상징인 말은 인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오랫동안 특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였다.
말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온 오래된 가축이다. 말의 이미지는 외모에서 드러나는 뛰어난 순발력과 탄력 있는 근육에서 비롯된 강인함으로 박력과 생동감을 선사한다. 전쟁에서는 훌륭한 병기로, 평상시에는 교통수단으로 활용됐다. 결국 말은 활동적이면서도 민첩하고 날렵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말은 어떤 상징을 지녔을까.
말은 무엇보다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동양 문화에서 말은 하늘을 상징하는 신물로 여겨졌으며, 길한 기운을 불러오는 서수(瑞獸)로 받아들여졌다. 『주역』 팔괘 가운데 하늘을 뜻하는 건괘(乾卦)의 대표적인 상징 동물로 말이 언급되는 것 역시 이러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날개 달린 천마(天馬)를 상제(上帝)가 타고 다녔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고대 건국 신화에서도 말은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신라 박혁거세의 탄생 신화에는 백마 한 마리가 땅에 꿇어앉아 절하는 형상으로 나타나며, 고구려의 주몽은 말을 타고 굴에 들어가 땅속 길을 통해 조천석(朝天石)으로 나아가 승천했다고 전해진다. 부여왕 해부루의 설화에서도 해부루가 탄 말이 곤연(鯤淵)에 이르러 큰 바위를 보고 눈물을 흘렸고, 그곳에서 금와를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신화들은 말이 지닌 신성과 권위를 드러내는 상징적 이야기다.
또한, 말은 죽은 자의 세계와도 연결된다. 신라 천마총의 천마도, 고구려 고분 벽화 속 백마, 가야와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마형 토우, 조선의 상여 장식 조각에 등장하는 말 탄 선비 등은 모두 말이 죽은 자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조력자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울러 말은 벽사(僻邪)의 상징이기도 했다. 말은 십이지에서 오(午)에 해당하며, 강한 양기를 지닌 불의 속성으로 여겨져 악귀나 재앙을 물리치는 상징으로 통용되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면서 말의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 기계 문명의 발달과 전쟁 양상의 변화로 일상에서 말을 접할 기회는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 지닌 충성심, 성실함, 민첩성 등은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말산업 육성법」을 제정하여 말의 생산, 사육, 조련, 유통, 이용에 관한 산업 발전 기반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농어촌의 성장 동력으로 말을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순자> '권학'편에는 '노마십가(駑馬十駕)'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이는 '둔한 말이 열 번 수레를 끌다'라는 뜻으로, 재능이 부족해도 꾸준히 노력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2026년에는 '노마십가'의 정신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함을 잃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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