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17조원 투입해 조선업 재건···1번함 건조 허용에 K-조선 기대감
국내 기자재업계 낙수효과 기대

미국 해군이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면서, 그간 금지됐던 해외 건조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군함 건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백악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행계획인 'MAP(Maritime Action Plan)' 문서를 발표했다. 문서에는 한국·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해외 조선소 활용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계약된 함정 가운데 1번함은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브릿지(Bridge)' 조항이 명시됐다.
이는 그동안 존스법과 번스-톨레프슨법 등에 따라 사실상 금지돼 온 해외 건조 규제를 완화한 조치다. 해당 법들은 미국 선박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고 규정해 왔다. 이번 조치로 미국이 발주하는 군함의 선도함은 한국 등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가 가능해졌다.
다만 후속함은 미국 내에서 건조하도록 규정했다. 외국 조선사가 미국 현지에 투자하거나 현지 업체와 협업하는 조건이 전제된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건조를 통해 전력 공백을 메우고, 중장기적으로는 자국 산업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 직접 수혜…HD현대중공업도 협력 모델 부각
이번 정책 변화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으로는 한화오션이 거론된다. 한화오션은 거제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운영 중이다. 또한 호주 조선사 Austal의 최대 주주로, 미국 앨라배마와 캘리포니아 조선소 네트워크와도 연결돼 있다. 선도함을 한국에서 건조한 뒤 후속함을 미국 현지에서 이어 건조하는 구조에 가장 적합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현지 조선소는 없지만, 특수선 분야에서는 Huntington Ingalls Industries와, 상선 분야에서는 Edison Chouest Offshore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에서 선도함을 건조한 뒤, 후속 물량은 현지 파트너사 조선소에서 블록·모듈 단위로 조립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기자재 낙수효과 기대…조선소 현대화 수요 확대
국내 기자재 업계에도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 선도함이 한국에서 건조될 경우 후판, 배관, 밸브, 펌프, 추진기 등 기존 공급망을 통해 국내 중소 협력업체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조선소 현대화 과정에서 도크, 대형 크레인, 자동화 설비 등 인프라 구축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미국이 글로벌 점유율 1위인 중국산 크레인을 배제하는 기조를 보이면서 국내 기자재 기업이 대체 공급처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역시 MAP 협력 대상에 포함됐다. 건조 물량 기준 세계 1~3위는 중국·한국·일본 순이지만, 중국을 제외하면 한일 양국이 글로벌 조선업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통한 미 해군 함정 수리·건조 경험이 축적돼 있어 실적 측면의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미국 해군의 대규모 예산 투입과 해외 건조 허용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조선업의 고부가가치 특수선 수주 확대와 현지 투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1번함에 한정된 해외 건조 허용이라는 점에서 실제 수주 규모와 수익성은 향후 세부 발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존스법(Jones Act)= 1920년 제정된 미국 해운법으로, 미국 항만 간을 운항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국적을 가지며 미국인 선원이 승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자국 해운·조선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며, 외국 조선소 건조 선박의 미국 내 운항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번스-톨레프슨법(Byrnes–Tollefson Amendment)= 미 해군 함정은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적 장치다. 군사 기밀과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왔다. 이번 MAP 발표는 이 규제에 대해 예외적 적용을 허용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MAP(Maritime Action Plan)= 미국 정부가 조선업 재건과 해군력 강화를 위해 마련한 실행 계획이다. 노후 조선소 현대화, 동맹국과의 협력, 인력 양성, 공급망 재편 등을 포함한다. 선도함 해외 건조 허용과 후속함의 미국 내 건조 의무화가 핵심 구조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