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네팔은 세금 없는데”··· 생리용품 과세 공론화한 파키스탄 변호사[플랫]
여성의 생리와 성 건강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금기시돼 온 파키스탄에서 한 젊은 변호사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생리용품에 부과되는 세금을 폐지하고 이를 필수품으로 분류하라는 요구다.
1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변호사 마흐누르 오메르(25)는 지난해 9월 생리용품 과세가 위헌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는 생리용품 과세가 여성의 건강권과 교육권을 침해하고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헌법 제25조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오메르는 “우리가 시작한 것은 단순한 법적 소송이 아니라 생리 빈곤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현재 파키스탄은 1990년 제정된 판매세법에 따라 국산 생리대에 18%의 판매세를, 수입 생리대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세까지 더해지면 여성들이 생리용품을 구매할 때 부담하는 세금은 약 40%에 이른다고 유니세프는 밝혔다.
오메르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이런 세금이 부과되면 매일 인구 절반이 불공평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말했다. 인구의 약 45%가 약 1175파키스탄루피(약 6000원) 이하로 하루를 살아가는 파키스탄에서 생리대 구매는 큰 부담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10개들이 생리대 한 팩의 가격은 평균 400~485파키스탄루피(약 2000~2500원)에 이른다. 유니세프는 파키스탄 여성 가운데 시판 생리용품을 사용하는 비율이 약 12%에 그친다고 밝혔다.
문제의식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비롯됐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오랫동안 생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했다. 선생님이 생리와 관련한 교과서 단원을 건너뛸 때면 그는 “자신의 몸에 대해 알거나 배울 수 없다는 암묵적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수업 중 생리를 시작해 당황하던 친구들의 모습도 반복됐다. 그는 “친구의 하얀 카미즈(전통 의상) 뒷부분이 온통 빨갛게 물들었다”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당황하던 모습을 잊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생리대를 구하지 못해 옷에 얼룩이 남을까 봐 등교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유니세프는 2024년 보고서에서 파키스탄 소녀 5명 중 1명이 생리로 인해 결석을 경험하며, 그로 인한 교육 손실이 최소 1년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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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로 인한 제약은 학창 시절에만 그치지 않는다.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 가운데 일부는 화장실 이용 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해 생리대를 제때 교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일부 종교 공동체에서는 생리 중인 여성의 공동 생활공간 출입을 제한하기도 한다. CNN은 생리를 둘러싼 사회적 낙인이 여성의 정신 건강과 자존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소송을 통해 파키스탄에서도 인도와 네팔처럼 생리용품에 부과된 세금이 인하되거나 폐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오메르의 소송을 대리하는 아산 제항기르 칸 변호사는 “이웃국가의 입법 변화가 우리에게 용기를 줬다”고 CNN에 말했다. 인도는 2018년 생리용품에 대한 세금을 면제했고 네팔도 지난해 6월 관련 세금을 폐지했다.
오메르는 이번 소송이 생식권과 사춘기, 성 건강에 대한 공개적 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그는 “새로운 세대는 과거 금기시되던 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한 항의를 넘어 법률 등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실제로 도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최경윤 기자 cky@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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