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장난 아닌데…단기간 매물집중 '신축 입주단지' 노려볼 만
2021년도 전세 대란 이후
전세수급지수 최고 수준 악화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 5월
집 살거면 지금 가격 협상 유리
계약갱신청구권도 적극 활용

집을 구하는 이들에게 요즘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하다. 전세와 월세가 입을 맞춘 듯 함께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4.46% 오르는 동안에 월세 역시 3.75% 상승하며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키웠다. 세종과 울산처럼 연간 8% 안팎의 급등세를 기록한 지역도 눈에 띈다. 새해를 맞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올해 1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다시 0.47% 오르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불안을 키우는 진짜 원인은 공급이다. 올해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최근 10년 평균 대비 약 40% 줄어든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정비 사업에 따른 멸실 물량까지 감안하면 실제 임대시장에 풀리는 유효 공급은 더 크게 감소한다. 전세 매물이 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이후 수도권 전반에서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임대시장으로 유입되던 전세 물량도 빠르게 줄고 있다. 전세수급지수가 2021년 전세대란 이후 최고 수준인 160선까지 치솟은 것은, 현재 시장이 심각한 공급 제약 국면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략 1/버틸까: 갱신권 활용과 재계약의 기술
이 파고를 가장 손쉽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하는 것이다. 임차인은 1회에 한해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이 이를 거절하려면 법에서 정한 사유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때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5% 증액'이다. 임대차법상 5%는 증액의 상한선일 뿐, 임대인이 요구하면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고정 인상률이 아니다. 차임 증액은 당사자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하며, 협의가 결렬될 경우 증액의 정당성과 필요성은 청구권자인 임대인이 입증해야 한다. 임대인이 주변 시세나 경제 여건의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5% 인상만을 고집한다면,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조정을 시도할 수 있다.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이라면 재계약을 통해 거주의 안정성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이때 무턱대고 재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은 위험하다. 통상 재계약이 새로운 임대차 계약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내용이 기존 계약의 연장에 가깝다면 법원이나 분쟁조정 과정에서는 계약갱신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임차인은 다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재계약을 할 땐 계약서 특약에 '본 계약은 종전 계약과 별개의 신규 임대차계약이며,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유한다'는 점을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계약의 금액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 2년의 협상력을 지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두는 일이다.
▷전략 2/나갈까: '입주 연도의 법칙'과 가성비 단지 공략
주거 여건을 조정해 이동하기로 했다면, 가장 큰 관건은 높아진 보증금 마련이다. 올해 1월 서울에서 상승폭이 컸던 광진구의 구의현대2단지 전용면적 84㎡는 전세갱신계약이 6억7000만원, 신규 계약은 8억5000만 원에 체결되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신규 임차인의 자금 부담이 커졌지만 대출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6·27 대책 이후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80%로 낮아지면서, 같은 주택과 같은 소득이라도 대출 한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신축 입주 단지처럼 단기간에 매물이 집중되는 구간을 노려볼 만하다. 공급 부족으로 과거와 같은 입주장 효과는 약해졌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협상 여지가 남아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반포·방배 생활권의 래미안 트리니원, 디에이치 방배 등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팁은 '입주 연도의 법칙'을 활용하는 것이다. 임대차 기간이 통상 2년이기 때문에 입주 연도에 맞춰 재계약과 이동 물량이 주기적으로 다시 나온다. 올해가 짝수 해인 만큼 과거 짝수 해에 대규모 입주가 있었던 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8년 말 대규모 입주가 있었던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최근 전세 매물이 약 17% 증가했다. 올해 말까지는 2년·4년 주기 물량이 다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전월세는 매매와 달리 향후 자산가치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 같은 생활권 안에서 주거 만족도를 유지하면서 보증금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입지가 우수한 지역의 나홀로 아파트나 소규모 구축 단지는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잠원동 일대에서 신축급 아파트 전셋값이 18억원 내외라면, 인근 구축 단지는 11억원 안팎에서 구할 수 있다.
▷전략 3/살까: 매도 압박 커진 임대인과의 '윈윈' 매칭
계속되는 주거비 상승이 부담된다면 '내 집 마련'을 통한 정착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오는 5월 9일 종료를 앞두고 있고, 보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다주택자의 매도 심리도 점차 자극받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을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것보다 현재 거주 중인 임차인에게 매도하는 편이 명도 부담과 거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임차인이 매수자로 나선다면 직접 협상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가격 조정을 시도할 여지도 커진다.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임차인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세운 전략이다. 재계약 시 권리관계를 명확히 정립해 다음 주기를 준비하고, 입주 물량의 흐름을 읽어 이동의 기회를 포착하며, 다주택자의 매도 압박을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삼는 영리함이 필요하다.

[장소희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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