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서울 인력, ‘졸속 구조조정’에 짐 싼다
SK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리밸런싱(구조조정)'이 현장에서 무리한 인력 감축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온이 서울 종로구 본사의 제조본부 산하 인력 350여명을 4월 중 대전 유성구 전민동 소재 미래기술원으로 급작스럽게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서울 근무를 전제로 입사했던 사무직 직원에게 2개월 내 연고지 이전을 강요하며 사실상 '졸속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라는 내부의 목소리다.

"서울 근무 조건으로 왔는데"...신뢰 깨진 리밸런싱
대전 이전을 앞둔 서울 제조본부 현장 목소리는 격앙돼있다. SK온이 채용 당시 약속했던 서울 근무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 조치했다는 지적이다.
한 임직원은 "애초에 서울 근무 조건으로 입사를 결정했는데, 갑자기 4월 초에 근무지를 옮기라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사실상 회사를 나가라는 소리로 들려 이력서를 써야할 판이다"라고 전했다.
SK온은 이번 인력 이전을 R&D·제조·품질 조직간 시너지 극대화를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전 대상 직원 상당수는 사무직 및 IT 관련 인력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임직원은 "제조본부보다 타 본부와 협업이 많은데도 산하 조직이라는 이유로 대전으로 내려가야 한다"며 "업무 성격상 주 2~3회는 서울로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사측이 주장하는 시너지 극대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호소했다.
부실한 이주 지원책은 내부 반발을 더욱 키우고 있다. SK온이 12일 설명회에서 제시한 지원책은 ▲이주비 93만원 ▲월세 60만원원 ▲특별휴가 2일 ▲교통비 월 2회 지급 등이다.
수도권 거주 직원 대부분은 당장 주말 부부가 되거나 왕복 5~6시간 거리를 출퇴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별도 사무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은 육아휴직을 신청하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등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SK온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배터리 연구개발·제조·품질 조직간 협업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라며 "미래기술원이라는 한 공간에서 기술 개발부터 제조·품질 역량 고도화까지 통합적 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돼 제품 경쟁력과 품질 안전성이 동시에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황 악화에 中 공세까지...K-배터리 구조조정 신호탄?
이번 조치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개선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4분기 포드와 구축한 '블루오벌SK(BOSK)' 합작 종료 과정에서 4조2000억원 규모의 일회성 손실을 인식하며 대대적인 '부실 털어내기'에 나섰다.
임직원 사이에선 사측이 서울 제조본부 인력 이전 조치를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섰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거리 이전을 견디지 못한 직원들의 '자연스러운 퇴사'를 유도하는 변형된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라는 비판이다.
SK온의 이번 행보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닥친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전년 대비 7.4%포인트 하락한 36.3%에 그쳤다. 반면 중국 CATL은 중국 제외 시장에서도 30.0%의 점유율로 1위를 공고히 했다. 비야디(BYD)도 140.3%라는 폭발적인 성장률로 국내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국내 배터리 기업과 글로벌 완성차와의 '탈동맹' 기조도 뚜렷하다. 스텔란티스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법인 지분을 단돈 100달러에 넘겼고, 삼성SDI와의 합작법인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SK온은 포드와 구축한 블루오벌SK 자산을 분할해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켄터키 공장은 포드가 각각 운영하기로 합의하며 갈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의 이번 '대전 집결령'은 중국의 공세와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K-배터리가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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