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문제 AI랑 어떻게 풀었나’로 성적 평가... 가천대의 실험

표태준 기자 2026. 2. 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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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들이 지난 겨울방학 대학 코코네스쿨에서 열린 4주 몰입형 'AI 교육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강의를 듣고 있다. /가천대

가천대가 교수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교육을 실시하고, 과제와 시험에 학생들이 AI를 쓰도록 전면 허용하는 등 AI 시대에 대응한 학교 체질 전환에 나섰다.

19일 가천대에 따르면, 가천대는 지난 겨울방학 하루 4시간씩 4주 총 60시간 동안 교수 60명을 대상으로 ‘AI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교수가 AI를 도구로 쓰는 수준을 넘어 ‘전공 수업 설계와 평가에 통합’할 수 있도록 이론·실습·프로젝트로 구성된 교육이다. 교육에 참여한 교수 1인당 500만원의 강의 개발비도 지원했다고 한다.

교육에 참여한 정선주 영미어문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교수가 왜 방학 내내 다시 수업을 들어야 하나’ 거부감도 있었다. 그러나 수업을 다 듣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AI를 수업 설계와 평가에 실제로 녹여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교수 역시 계속 배우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가천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교과목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2024년부터 연간 8000명을 대상으로 AI 기초교양교육(필수)을 운영하며 4~8학점을 듣도록 의무화했다. 인문사회 계열부터 예체능 계열에 이르기까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계열·학과별 특성을 반영한 3단계 AI 기초교양 과정(기초 개론·기초 프로그래밍·딥러닝 생성형 AI 활용 및 응용)을 설계해 수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AI 활용 교과목도 2024년 122강좌를 시작으로 2025년 208강좌로 늘린 데 이어 앞으로 계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3월 개강하는 1학기에는 작년 1학기 대비 133% 증가한 191개 강좌가 개설됐다.

가천대는 학생들의 수업과 과제, 시험에도 AI 활용을 적극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가천대는 3학년 2학기 16주 중 4주 동안 학생들이 실무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프로젝트 유연학기제(P-학기제)’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학과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투수의 피칭 동작을 분석하고 개인의 발 모양을 촬영해 맞춤형 신발을 제작하거나, 기계공학과 학생들이 AI 기반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수업, 과제, 평가 과정 전반에 AI 활용을 확대하는 등 대학 차원에서 체계적인 AI 교육 방침 마련에도 나섰다. 특히 인공지능학과와 컴퓨터공학과 등에서는 ‘얼마나 많이 코딩했는가’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했는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I와 협업해 최적의 코드를 설계하고 실제 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것을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AI가 코드를 대신 입력하는 시대에 얼마나 많은 코드를 암기하고 빠르게 입력하는지를 평가하는 구시대적 방식은 이제 의미가 적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는 3월 중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계열별·단과대별 교수들로 구성된 ‘AI 활용 교육 혁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한다. TFT는 전공 특성과 교육 목표를 반영해 △AI 활용 가능 과제 유형 △시험 및 평가 방식 개선 △AI 활용 시 표기 기준 및 윤리 가이드 △전공별 적합한 AI 활용 교육 모델 등을 마련하고, 학문 분야별로 차별화된 AI 활용 기준을 수립하게 된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AI는 금지 대상이 아니라 학습 도구로 모든 학생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 됐다”며 “학생들이 AI를 올바르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수 교육부터 수업·평가 방식까지 대학 교육 전반을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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