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우크라 3자회담 결국 빈손 종료···영토 문제 여전히 걸림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17~18일(현지시간) 열린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3자 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 문제가 이번 회담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3자 회담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종료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단 모두 이날 회담이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대표단을 이끈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은 “이번 회담은 어려웠지만 실질적 논의가 이뤄졌다”면서도 “아무런 성과도 도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진전은 있었지만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담에서 협상단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영토 문제를 두고 물밑으로 노력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종전 조건으로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영토를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가 일방적 철수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맞서면서 영토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전혀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3자 회담이 이어진 최근 몇 주간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돈바스 지역 일부에 군대가 주둔하지 않는 비무장지대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마련한 이른바 ‘28개 조항 평화협정’ 초안 등에 포함됐던 방안인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회의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협상단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 같은 구상을 더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비무장지대 내 자유무역경제지대를 만드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지역이 양국 군대 사이에 끼어 있는 만큼 분쟁이 재발할 위험이 있고 현재 산업 시설이 거의 파괴된 상태여서 자유무역지대 투자 구상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무장지대를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어떻게 병력을 철수시킬지, 해당 지역을 어떻게 통치할지 등도 난제로 남아있다고 NYT는 전했다.
평화협정에 담긴 조치의 진행 순서도 또 다른 문제로 꼽힌다. 병력 철수, 비무장지대 설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공식화, 전후 재건자금 마련 체계 구축, 우크라이나 총선 실시 등 여러 단계를 어떤 순서로 진행할 것인지를 두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선거, 돈바스 지역 병력 철수에 앞서 안전보장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이어 제네바에서도 3자 회담이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중재자로 나선 미국만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평화 협상을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약속하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조만간 또 다른 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종전 협상 시한을 오는 6월로 제시하고 양측에 신속한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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