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가형 국가체계 전환 [이민형의 과학기술혁신 짚어보기]

서경IN 2026. 2. 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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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혁신 기업가형 국가 체계 전환에 관한 AI 이미지


첨단기술이 군사, 산업,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기술패권화가 심화되면서 미래 기술과 산업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기술생태계의 장악과 자원의 공급망 확보가 국가 전략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표준과 기술인재의 확보가 시장지배력과 국가경쟁력에 직결되고 AI, 반도체, 양자, 바이오, 우주와 같은 전략기술분야는 글로벌 패권 전장이 되고 있다

미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전략기술분야는 혁신경로의 불확실성이 높고 거대한 투자 자금 소요로 민간이 초기 위험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국가간 기술경쟁이 치열해 국가 차원의 외교적 노력없이 민간 기업에만 의존해서는 경쟁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선진 강국들은 미래산업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지배 강화를 통한 기술혁신패권 확보를 위해 국가혁신시스템에 대한 전략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이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정부가 보완적으로 역할을 하는 전통적인 접근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미래 핵심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혁신전략을 설계하고 기술개발에서부터 시장까지 실질적이고 지배적인 혁신성과 창출과 관련된 모든 인프라와 제도를 아우르며 관리한다. 정부와 민간은 보완적 지원관계가 아니라 혁신성과 달성을 위해 하나의 팀처럼 협력하고 움직인다. 이처럼 실질적인 혁신성과 창출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가 혁신전략을 설계하며 기술개발에서 공급망, 규제, 조달에 이르기까지 정교한 실행전략을 추진하는 혁신기업가형 국가(Entrepreneurial state, Mazzucato, 2013)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혁신기업가형 국가에서 정부는 전략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높은 위험을 부담하며, 새로운 혁신시장을 여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가 혁신성장으로 이어져 성과를 회수하고 다시 투자하는 연구개발의 선순환 방식이 강조된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은 단순한 기술확보가 아니라 전략기술 확보를 통한 혁신산업의 글로벌 시장지배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패권 경쟁국인 미국과 중국은 전략기술과 신산업 선점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혁신기업가형 혁신체제로의 변화가 확연하다.

우리나라도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해 기술과 혁신의 역할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혁신가치사슬에서 한국의 전략적인 역할 공간을 확보하고 핵심 부분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혁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AI 기술을 비롯한 전략기술의 발전과 산업적 응용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아직 기존의 틀을 깨는 국가혁신시스템의 전환이 뚜렷하지 않다. 고착화된 구조적인 문제인 연구개발투자가 혁신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기술개발과 혁신성장 간의 부실한 연결고리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지식의 활용과 혁신이 활성화되지 못해 도전적인 연구와 혁신생태계가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도 지속되고 있다.

기술 주도의 글로벌 패권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가지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국가 상위 구조에서는 한국의 기술패권 경쟁 상황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전략적 포지셔닝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전략분야의 혁신가치사슬단계에서 반드시 한국을 거쳐야만 하는 중점기술분야를 선택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기술패권 경쟁은 기술개발을 넘어 기술을 통한 혁신성과의 시장 지배력에 좌우됨을 인식하고 국가혁신시스템의 정책 범위를 확장해 접근해야 한다. 연구개발 투자로 창출된 지식이 시장에 확산되어 혁신성장으로 이어지도록 기존 연구개발 중심에서 공급망, 규제, 조달, 금융 등과 관련된 제도를 포괄하는 패권형 혁신체제로 국가혁신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정책 거버넌스 조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보수적인 국내 시장을 새로운 지식과 도전적인 혁신이 빠르게 수용되고 확산되는 활성화된 혁신시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파괴적 혁신 구현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개혁하고 혁신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조정하며 대응하기 위한 체제를 신속히 갖추어야 한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공공조달시장을 통해 빠르게 수용되고 상업화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조달, 규제 분야의 통합화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혁신기업가형 국가혁신시스템은 정부가 소극적인 지원 역할이 아니라 혁신적인 기업가처럼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행위자가 될 것을 요구한다. 그 결정은 치열하게 전개되는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혁신경쟁력 제고로 이어져야 하며 독점적 기술확보로 글로벌 혁신가치사슬의 전략적 역할 공간을 차지해야 한다. 과감한 시스템 혁신을 통해 기술과 혁신에 성장과 안보까지 결합된 혁신기업가형 국가혁신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기대한다.

이민형의 과학기술혁신 짚어보기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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