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최형철 대기자 | 두산로보틱스가 6년 연속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1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2025년 영업 손실 595억 원을 적어내, 적자 폭이 전년(412억 원) 대비 약 44.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0년 이후 누적 적자만 1441억 원에 달했다.
이에 반해 매출은 29.6% 뒷걸음질 친 330억 원에 그쳤다. 매출은 줄고 영업 손실은 늘면서 영업 손실률은 최근 3년 동안 2023년 36.2%→ 2024년 88%→ 2025년 180.3%로 매년 더블 스코어로 폭증했다. 이에 따라 두산로보틱스의 당기순손실 역시 555억 원으로 전년(366억 원) 대비 51.8% 증가했다.
영업 손실액이 매출액의 약 1.8배에 달한다는 것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넘어, 회사의 고정비와 판관비가 매출 창출 능력을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2012억 원의 현금성 자산은 운영 손실을 메우는 '완충재'로 소진되고 있다.
-1922억에 달하는 누적 결손금이 납입자본금(324억 원)을 6배 가까이 초과한 상황도 우려스럽다. 사실상 자본잠식의 위험을 주식발행초과금이라는 잉여금(5063억 원)으로 덮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 제공
두산로보틱스는 "미국 발 관세정책 등 대외 환경 불확실성으로 매출이 줄었다"며 "연구개발(R&D) 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도 늘고 지난해 9월 인수한 원엑시아(ONExia) 인수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적자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초라한 성적표 탓인지 회사는 올해 구체적인 실적 목표치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두산로보틱스는 2023년 기업공개(IPO) 당시 2026년에는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시장에 입성했다. 이 회사는 2026년 추정순이익으로 942억 원을 제시했다.
수년 내 의미 있는 흑자 전환이 불발되면, IPO때 인정받았던 성장 프리미엄이 가치 재평가라는 도마에 오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두산로보틱스는 투자자들의 자금에 기대, 수명을 연장한다는 '시한부 성장'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팔수록 손해 보는 '84% 원가율'과 자산 부실화 가장 뼈아픈 지표는 매출원가율의 '통제 불능' 상태다. 2022년 68% 수준이었던 매출원가율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84.47%까지 치솟았다. 로봇을 팔아 100원을 벌면 84원 이상이 원가로 나간다는 뜻이다. 판관비와 R&D 비용을 고려하면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규모의 불경제' 구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규모의 불경제란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평균생산비용도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출처 : Dart
자산의 질적 저하도 심각하다. 2024년 말 기준,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설정률과 재고자산 평가충당금 설정률을 합산하면 약 20%에 달하는데, 이는 성장 기업으로서 이례적으로 높다. 거래처의 결제 능력이 불안정하거나, 제품 경쟁력 저하로 인해 구형 모델이 악성 재고로 쌓이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무형자산 중 개발비 손상누계액이 125억 원이나 발생한 것은 과거 추진했던 특정 모델의 상업화 실패를 의미한다. 성장 동력인 R&D 효율성에 심각한 구멍이 났다는 경고다.
◆적자 속 고액 보수와 기생적 합병 논란 반면 경영진에 대한 보상 체계는 '상식 밖의 행보'를 고수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대표이사 보수는 약 8억 원으로 직원 평균(6000만원)의 13배에 달했다. 주주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에서 성과 연동형 보상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도덕적 해이의 증거다
이런 가운데 2024년 추진했던 두산밥캣과의 합병 시도도 재소환되고 있다. 당시 두산로보틱스는 기술 결합 시너지 효과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본질은 로보틱스의 재무적 결함을 우량 기업의 자금력으로 가리려는 '재무적 세탁'에 가까웠다는 게 시장의 평가였다.
연간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밥캣의 재무제표 안에 로보틱스의 적자를 숨김으로써 투자자들이 적자를 R&D 비용 정도로 착각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은 무산되었지만, 지배구조 리스크는 여전히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소다.
시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내부 원가 관리와 자산 건전성 회복이라는 기본기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전문가는 "4000억 원대의 보유 현금으로 감속기 등 핵심 부품사를 인수해 매출원가율부터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주주 신뢰회복을 위해 흑자 전환 전까지 임원보수 체계를 재설계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