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상 최장 228m 코어 채취…"과거 이곳은 바다였다"

임정우 기자 2026. 2. 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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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으로 덮인 남극 서빙상이 과거에는 바다였다는 직접적 증거가 나왔다.

지구가열화가 진행되면 서남극 빙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데 핵심 단서가 될 전망이다.

시추 결과 현재 500m 넘는 얼음으로 덮인 남극 서빙상이 과거에는 얼음 없는 바다였다는 직접적 증거가 코어에서 나왔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열화 수준에서 서남극 빙상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는 핵심 단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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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화 시대 해수면 상승 예측 핵심 단서
SWAIS2C 연구팀이 시추 현장에 텐트를 치고 캠프를 꾸린 모습. 가장 가까운 남극 기지에서 700km 이상 떨어진 오지다. Ana Tovey, SWAIS2C 제공

얼음으로 덮인 남극 서빙상이 과거에는 바다였다는 직접적 증거가 나왔다. 지구가열화가 진행되면 서남극 빙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데 핵심 단서가 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보도에 따르면 휴 호건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Z) 연구원과 몰리 패터슨 미국 빙엄턴대 부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서남극 크래리 빙붕기점에서 빙상 아래 암석을 시추해 228m 길이의 퇴적물 코어를 확보했다. 퇴적물 코어는 땅속에서 원통형으로 뽑아 올린 암석·퇴적물 시료로 228m 길이의 퇴적물 코어는 지금까지 확보된 코어 중 가장 깊은 곳에서 채취한 코어다.

남극 대륙 서쪽에 자리한 서남극 빙상은 대부분 해수면 아래 기반암 위에 놓여 있어 해양 온난화에 특히 취약하다. 전부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을 최대 5m 높일 수 있으며 이미 점점 더 빠르게 녹고 있어 과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번 시추는 '2도 상승에 대한 서남극 빙상 민감도(SWAIS2C, Sensitivity of the West Antarctic Ice Sheet to 2°C)'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SWAIS2C는 국제대륙과학시추프로그램(ICDP) 지원을 받아 한국을 포함한 10개국 12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하는 국제 프로젝트다. 과거 온난했던 시기에 서남극 빙상이 얼마나 후퇴했는지, 후퇴가 돌이킬 수 없게 되는 온도 임계값이 존재하는지 규명하는 게 목표다. 

연구팀은 열수 드릴로 523m 두께의 얼음에 구멍을 뚫은 뒤 지질 시추 장비를 설치해 기반암을 파고들었다. 시추 현장은 가장 가까운 남극 기지에서 700km 이상 떨어진 오지다. 연구팀은 과거 시추 시스템의 기술적 결함으로 코어 확보에 실패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장비를 개선해 마침내 성공했다.

SWAIS2C 연구팀이 523m 깊이로 뚫은 얼음 구멍 속을 카메라가 내려가는 모습. 연구팀은 이 구멍을 통해 228m 길이의 퇴적물 코어를 채취했다. Ana Tovey, SWAIS2C 제공

시추 결과 현재 500m 넘는 얼음으로 덮인 남극 서빙상이 과거에는 얼음 없는 바다였다는 직접적 증거가 코어에서 나왔다. 미세 해양생물 화석과 조개껍데기 파편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빙상이 존재하던 시기의 거친 자갈층과 빙상이 사라진 시기의 고운 진흙층이 번갈아 나타나 빙상이 후퇴와 확장을 반복했음을 보여준다.

코어에는 약 2300만 년 전까지의 기록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파리기후협약이 마지노선으로 정한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상승을 넘어선 시기의 기록도 포함돼 있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열화 수준에서 서남극 빙상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는 핵심 단서인 셈이다.

휴 호건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연구원은 "모래층에서 조개 파편이 나왔다는 건 시추 지점이 과거 해변 같은 환경이었다는 뜻이고 개방 해양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롭 디콘토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캠퍼스 교수는 "서남극 빙상 자체가 붕괴했거나 크게 축소된 적이 있는지가 핵심 질문"이라며 "이번 지질 기록은 미래 해수면 상승 예측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doi.org/10.1038/d41586-026-00520-0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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