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가 ‘고(古)음악’을 질색하는 이유 [백스테이지]
‘더 크게’ 아니라 ‘더 진실하게’ 연주 목표
양 창자·동물 아교 재료…비건 ‘아연실색’
화려하진 않아도…연주자들 “자유 느낀다”
![‘현존하는 가장 심오하고 학구적인 바흐 해석가’, ‘고(古) 음악 거장’으로 불리는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와 콜레기움 보컬레 겐트 [크레디아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ned/20260219143249274tcfa.jpg)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마지막 한 꼬집, 셰프의 ‘한 수’는 여기에서 나온다. 누구나의 입맛을 기어이 훔쳐내고야 마는 최후의 킥이다. 그런데 여기 정반대의 세상이 있다. 고음악은 어쩐지 마지막 간을 하지 않고 내온, 슴슴한 요리 같다. 혀끝을 아리게 만드는 ‘도파민 범벅’의 마라탕을 닮은 거대 교향곡이나 K-팝과 영 딴판이다.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김은식은 “고음악은 유기농 같다”며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며 순수한 자연에 가까운 소리”라고 했다. 자극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간이 빠진 음식’ 같은 이 음악은 어딘지 특별하다. 무해한 청정지대에 머무는 기분이 들어서다.
서기 500년경(중세)부터 바흐가 사망한 1750년까지….
고음악은 단순히 ‘오래된 음악’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고음악은 ‘서양음악의 근간’을 지칭한다. 여기에 지금은 그 의미가 더 확장됐다. 작곡가가 곡을 썼던 당시의 철학, 악기, 연주법을 복원해 음악 본연의 목소리를 현재로 소환하는 음악을 뜻하게 됐다.
‘현대’의 고음악은 베토벤과 슈만, 심지어 말러까지도 ‘당대’의 음향적 맥락으로 재구성하는 모든 시도를 담는다. 현대의 연주 관습이 확립되기 이전의 음악, 당대의 악기와 연주법을 통해 재구성해야 하는 모든 음악이 고음악을 이해하는 가장 최신 정의다. 그러니, 고음악은 ‘과거의 것’을 과거로 두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지금 여기’로 불러온 가장 ‘역동적 예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고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일종의 ‘세계관’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사실 악보는 ‘불완전한 기록’이다. 고음악은 구체적으로 악보에 적히지 않은 ‘소리의 세계관’을 음악적 연구와 연주자의 상상력을 통해 되살린다.
![‘현존하는 가장 심오하고 학구적인 바흐 해석가’, ‘고(古) 음악 거장’으로 불리는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 [크레디아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ned/20260219143249606tenw.jpg)
음악계의 거장들은 고음악을 저마다의 언어로 정의한다. 이중 벨기에 출신의 ‘고음악 거장’ 필리프 헤레베허는 고음악 운동사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다. 그는 1970년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설립, 고음악이 단순히 노스탤지어나 순수주의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꾸준히 증명했다.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에도 고음악의 원리를 적용해 시대악기로 연주했다. 거대한 음량 뒤에 가려진 내밀한 구조와 악기 간의 유기적 대화를 복원하는 과정이다. 헤레베허는 “고음악은 ‘과거의 박제’가 아니라 세대마다 새롭게 해석돼야 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헤럴드경제에 귀띔했다.
유럽에선 고악기로 클래식 음악에 입문한 연주자도 있지만, 상당수 연주자는 개량된 현대 악기(모던 혹은 노멀 악기)를 오랜 시간 연주하다 고악기 연주자로 접어드는 경우가 흔하다.
페르낭데즈 비올론스의 멤버인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김윤경이 대표적이다. 그에게 고음악은 ‘몸에 맞는 옷’을 찾아가는, 고단하지만 찬란한 여정이었다. 김윤경은 “현대 바이올린으로 바흐를 연주할 땐 늘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며“하지만 시대악기를 잡는 순간, 활이 말하듯이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 연속된 선율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눠 각 음을 ‘어떻게 발음하고 연결할지’ 지시하는 연주 기법)을 하며 비로소 ‘이게 맞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마포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가진 벨기에의 바로크 음악 앙상블 일 가르델리노(Il Gardellino)와 멤버 김은식(왼쪽) [마포문화재단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ned/20260219143250044tgwb.jpg)
김은식 역시 모던 악기를 연주하다 바로크 바이올린을 잡게 됐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사랑했고, 아침마다 안너 빌스마의 비발디 첼로 소나타나 모자이크 콰르텟의 하이든 음반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습관이었던 그는 료 테라카라의 코렐리 음반을 듣고 받은 충격에 고악기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음악가들이 말하는 고음악의 매력은 생동하는 자연스러움이다. 사람의 음성과 닮은 이 음악은 다정하고 따뜻하다.
바이올리니스트 프랑수와 페르낭데즈는 “현대 첼로로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바흐가 바로크 악기에서는 가볍고 생동감 있으며 다채롭게 들린다”며 “음악이 박물관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살아 움직이는 대화가 된다”고 말했다. 김은식은 “바로크 음악은 삶이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며 “화려하진 않지만 늘 다정하게 곁을 지켜주는 진정한 친구 같은 존재”라고 했다.
고음악 연주를 위한 첫걸음은 시대악기(Period Instruments)와의 만남이다. 시대악기는 거트현 바이올린, 쳄발로, 비올라 다 감바 등과 같이 작곡가가 곡을 썼을 당시에 존재했던 형태의 악기를 말한다.
시대악기의 강력한 특징은 재료와 구조의 물리학적 특성에서 나온다. 개량된 현대 악기가 대형 콘서트홀을 압도하기 위해 ‘출력’을 높였다면, 시대악기는 ‘뉘앙스’와 ‘수사학적 명료함’을 복원하는 데 집중한다. 음과 음 사이의 분절, 즉 아티큘레이션을 명확히 한다. 선율의 마디마디를 분명히 발음해 음악의 논리 구조를 청중의 귀에 들리게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음악을 ‘언어’처럼 전달하는 악기다. 음악가들이 고음악을 ‘말하는 음악’이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일 가르델리노 공연 모습 [일 가르델리노 SNS]](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ned/20260219143250273oskk.jpg)
필리프 헤레베허는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당대 작곡가들이 상상했던 소리의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작곡가의 목소리를 ‘더 크게’가 아니라 ‘더 진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고음악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헤레베허와 함께 활동했던 프랑수와 페러낭데즈는 “바로크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것은 바이올린의 역사를 시간 순서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벨기에 고음악 단체인 일 가르델리노의 로렌조 기엘미는 “특정 시대의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로 연주한다는 것은, 작곡가의 의도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라며 “당시의 악기는 19세기에 발전한 악기들과는 구조나 소리의 생산 방식, 그리고 조율 방법까지 모두 달랐다. 작곡가의 의도를 찾으려는 과정 속에서, 현대 악기로 연주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명곡들의 숨은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20세기 중반께 현악기에서 금속 현이 ‘표준화’됐으니, 이전의 음악가들은 모두 고악기를 사용했다. 그렇다해도 개량된 ‘모던 악기’에 길들여진 모든 연주자들이 시대악기에 익숙한 것은 아니다. 고악기는 금속 현 대신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현(거트현)을 사용하고, 턱받침도 없는 데다 활의 형태도 다소 다르다. 이런 차이는 연주의 기교와 음악적 표현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은식은 “몸에 밴 모던 바이올린 습관을 고치는 것이 고음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라며 “평균율에 익숙했던 귀를 순정률의 조율법에 맞추는 과정은 아주 고통스러웠다. 절대음감을 가진 내겐 마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라고 회고했다.
특히나 활의 형태는 음악을 다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바로크 활은 현대의 투르트 활과 정반대의 물리적 구조를 가진다. 바로크 활은 밖으로 볼록한 활(Convex)인 반면, 현대의 활은 안으로 굽어 전 구간에서 균일한 압력을 가한다.
구조의 차이는 소리의 시작과 끝을 결정한다. 바로크 활은 활털의 장력이 불균일해 밑부분(Frog)에선 강한 소리를 내나 끝부분(Tip)으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약해진다. 이는 “다운 보우(Down Bow : 프로그에서 활 끝을 향해, 오른쪽 방향 아래쪽으로 움직이며 연주)는 강하게, 업 보우(Up Bow : 활 끝에서 프로그 부분을 향해, 왼쪽 어깨 방향이 위쪽으로 움직이며 연주)는 약하게”라는 바로크 댄스 음악의 규칙과 같다. 이를 통해 음악에 자연스러운 호흡을 주는 것이다. 활 끝이 가벼우니 빠른 음형도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고악기의 특징이다. 일 가르델리노의 멤버 코비 타카하시는 “바로크 활은 끝부분이 더 가볍고 가늘어서 빠른 음형도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연주할 때 음악과 한층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김은식도 “바로크 활은 모던보우와 달리 전체에서 균일한 소리를 낼 수는 없지만 섬세한 뉘앙스의 표현과 악기 울림통의 공명을 끌어내기 적합하다”며 “턱받침과 어깨받침을 사용하지 않고 쇄골에 대고 연주하므로 공명을 몸으로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바이올린이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반면 18세기 말 프랑수아 투르트가 완성한 현대 활은 활의 전 구간에 균일한 압력을 가할 수 있어 ‘낭만주의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레가토와 지속음을 가능하게 했다.

시대악기가 만들어내는 음향적 정체성의 중심엔 ‘거트 현(Gut String)’이 있다.
거트 현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질감은 ‘인간의 목소리’를 닮았다. 활이 현에 닿는 순간 표면의 미세한 결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헤레베허와 김은식이 강조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진솔한 소리”를 내는 유일한 재료인 것이다.
거트 현이 가지는 독특한 음향 현상은 ‘블룸(Bloom)’이라 불리는 소리의 팽창이다. 강철 현은 타격음과 동시에 소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거트 현은 활이 닿은 직후 소리가 미묘하게 부풀어 올랐다가 사라진다. 이러한 ‘작은 부드러움’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 모차르트(1719~1787)가 자신의 논문에서 강조한 분절법의 핵심이다. 음악에 호흡과 같은 섬세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거트현은 풍부한 울림을 만들어 공기를 감싸고, 말하는 듯한 섬세한 뉘앙스를 표현할 수 있다. 김윤경은 특히 “높은 음역대의 거트현은 스틸현과의 차이가 극명하다”고 했다.
그러니 거트현을 ‘고음악의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거트현은 과거처럼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거트현은 과거 시대악기가 만들어내는 예술의 극치였으나 이제는 고음악계의 ‘뜨거운 감자’이자 ‘인문학적 딜레마’가 되고 있다.
이유는 거트현의 아름다운 울림 뒤에 새겨진 인류 역사의 잔혹함에 있다. 바로 거트현의 제조 공정 때문이다.
![일 가르델리노 코지 타카하시 [마포문화재단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ned/20260219143250798ulpq.jpg)
거트현은 도축 직후 체온이 남아있는 양 창자에 소금기와 지방을 제거하고 잿물이나 포도주 찌꺼기 용액에 담가 발효시켜 만든다. 따라서 첼로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선 수십 마리의 양이 희생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은 채식주의(Veganism) 연주자들에게 윤리적 고뇌를 안긴다. 김윤경은 “콘트라베이스 한 대를 만들기 위해 양 30마리가 희생되니 채식주의자 연주자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는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거트현 제작자들은 원재료 수급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 축산업에서 항생제를 대량 섭취한 가축의 내장은 음악용 현으로 제작하기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윤경은 “항생제를 먹고 자란 가축의 내장은 탄성이 떨어져 줄을 만들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가장 순수한 과거의 소리를 얻기 위해 가장 깨끗한 현대의 생태계가 담보돼야 하는 역설을 품는 게 바로 거트현인 셈이다.
이탈리아의 줄 제작사 아퀼라(Aquila)는 거트현의 음색을 90% 이상 재현한 합성 줄 ‘뉴가트(Nylgut)’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주자들은 ‘가장 예민한 고음역대의 퓨어 거트가 주는 인간적 질감’을 완벽히 대체하기엔 여전히 기술적 간극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합성수지 현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고 폐기 시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현악기 한 대는 ‘동물성의 보고’에 가깝다. 거트현은 물론 바이올린의 뼈대에 붙이는 ‘아교’도 동물의 가죽과 뼈에서 추출하고, 활털은 말의 꼬리털을 사용한다. 이에 국제 동물보호단체 PETA에서도 ‘비건 악기’ 가이드를 배포하고, 아일랜드의 제작자 패드릭 오더블레이가 2022년 세계 최초로 ‘100% 비건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동물의 사체에서 추출한 아교 대신 과일과 베리류를 활용한 접착제를 사용한 것이다.
![5명의 멤버로 출발한 벨기에 고음악 앙상블 일 가르델리노는 현재, 얀 드 뷔네와 마르세 퐁셀 등 9명의 핵심 멤버를 중심으로 최대 25명까지 확장됐다. 영국 그라모폰은 “노련하고 품위 있는 연주자들. 마르셀 퐁셀과 얀 더 위너는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고 평한다. [일 가르델리노 SNS]](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ned/20260219143251071qaph.jpg)
고음악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HIP(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 즉 역사주의 연주다. 악보가 미처 다 말하지 못한 것, 악보에 다 적히지 않은 당시의 장식음, 아티큘레이션, 조율법(순정률 등)을 문헌 고증을 통해 되살리고, 연주 관습을 복원한다.
문제는 이러한 고음악 운동이 확산하며 적잖은 오해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 오해들이 방법론의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
가장 큰 오해는 “고음악은 과거와 똑같이 연주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역사주의 연주의 목적은 과거의 재방송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18세기 공연장과 현대 홀의 음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역사주의 연구의 목표는 작곡가가 악기에 부여한 고유의 성격을 존중해 현대의 획일적 사운드가 놓친 음악적 뉘앙스를 발견하는 것이다.
김은식은 “시대악기를 연주한다고 과거를 그대로 복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한다)’”이라며 “옛것 위에 오늘날 나만의 해석을 세워 나가는 것이 진정한 고음악이다. 구분은 시대가 아니라, 악기가 가진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고음악을 둘러싼 답답한 선입견도 있다. 악기의 변천사를 들며 ‘시대악기는 현대 악기보다 열등하다’고 판단하는 것. 하지만 ‘악기의 변화’는 기술적 진보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미학적 취향’의 변화를 뜻하기도 한다.
현대의 바이올린이 태어난 것은 보다 큰 소리를 내 지금의 콘서트홀과 같은 넓은 공연장을 소리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은밀하고 투명한 대화의 가능성은 거세됐다. 바로크 바이올린의 낮은 장력과 거트 현의 복잡한 배음은 비록 소리는 작더라도 현대악기가 도달할 수 없는 영혼의 소리를 가진다. 헤레베허는 “시대악기로의 연주는 목소리와 악기의 균형이 더 자연스러워지고, 음악은 덜 거대하고 더 친밀하며 영적인 방식으로 호흡하게 한다”고 했다.
고음악 연주에선 ‘비브라토(vibrato, 음을 상하로 가늘게 떨어 아름답게 울리게 하는 기법)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잘못된 정설도 있다. 바로크 시대의 비브라토는 ‘기본 창법’이 아니라 특정 감정을 고조시키는 ‘특별한 장식음’이었다. 고음악의 직선적인 톤은 화성의 순수한 떨림을 청중에게 더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고음악은 다소 불편하고 투박하다. 자극이 없어 때론 심심하고 화려하지 않아 눈에 띄지도 않는다. 도파민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고음악이 건네는 위로는 정직하다. 기교 뒤에 숨지 않고, 악기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그 안에서 연주자들은 자유를 만끽한다.
김은식은 “바로크 음악에선 연주자의 개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단순히 악보에 쓰인 대로만 연주해서는 본래의 음악적 언어를 제대로 전하기 어렵다. 낭만 이후의 음악보다 훨씬 자유로운 해석이 허락된다”고 했다. 즉 즉흥성이 강조되는 점에서 지금의 재즈와도 닮았다. 그런 이유로 연주자들의 ‘좋은 취향’이 ‘좋은 고음악’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고음악 연주자들은 가장 오래된 소리에서 ‘인간적인 감정의 원형’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수백년 전의 음악이 지금 이 순간에도 함께 호흡하며 살아있는 울림을 준다. 김은식은 “요즘은 사람보다는 AI(인공지능)와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해진 시대가 되었지만, 바로크 음악은 유기농 음식처럼 많은 이들의 삶에 자연과 따뜻함을 전해주는 벗”이라고 말했다. 헤레베허는 “음악은 언어가 없어도 고요, 긴장, 기쁨, 고통, 초월 등의 감정을 나눌 수 있게 해준다”며 “단순한 소리를 넘어 마음과 정신을 울리는 순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고음악이 지향하는 이상”이라고 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영애 맞아?” 꽃무늬 조끼에 검은 봉지 ‘덜렁’…재래시장 떴다
- 이시영, 출산 3개월 몸매 맞아?…완벽한 복근 ‘자기관리 끝판왕’
- 송가인, 美콘서트 비자 문제로 연기 무슨 일?…“다시 신청할 예정”
- 또 나온 ‘다케시마 카레’…“이런다고 독도가 일본 땅 되나”
- “시부모 수발 들면 30억 아파트 줄게”…제안 거절한 30대 며느리, 이유 들어보니
- 자식 농사 대박난 김대희 “연세대 첫째딸, 반수 끝 한의대 합격”
- “넷플보다 자극적” 엄마들 ‘몰래’ 본다는 19금 드라마…“순식간에 중독돼”
- 박나래 수사하다 로펌행…경찰 관계자, 박나래 변호하는 곳 취업
- ‘위고비 요요’ 케이윌, 마운자로 14kg 감량…“운동 병행”
- 지수 발연기 논란…“이건 너무 심하다했더니” 하루 20만뷰 터졌다,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