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클링 관광객 위한 무분별한 먹이 투척에 몸살 앓는 세부 바다
가이드, 물고기 유인 ‘식빵’ 뿌려
인위적 먹이 급여 종 다양성 감소
배설물 산호 성장 방해ㆍ수질 악화
전문가 "환경 고려하며 관광 즐겨야"

"바다에 빵을 던져놔야 물고기 떼들이 몰려들어 관광객들이 만족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 세부 올랑고섬 근처에서 스노클링 가이드를 하는 조나탄 타네오(30)씨는 기후변화로 과거에 비해 해양생물이 크게 줄어 인위적인 먹이로 물고기를 유인해야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필리핀 대표 휴양지인 세부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곳이다. 실제 2025년 한국관광데이터랩 통계에 따르면 필리핀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 1위가 134만명을 기록한 한국이다. 2024년 세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54.1%가 한국인이었다.
지난 설 연휴에도 세부 올랑고섬 근처에서 스노쿨링에 참여한 관광객 역시 한국인이 대부분이었다. 물 속에 뛰어든 관광객들은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를 구경하고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바닷속에는 물고기 수만큼이나 많은 식빵 조각이 떠다니고 있었다. 가이드가 관광객이 쉽게 물고기를 볼 수 있도록 입수 전 배 위에서 식빵 조각을 뿌렸기 때문이다. 바닷속에서도 가이드는 관광객에게 식빵 뭉치를 쥐어주며 물고기를 유인하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식빵이 계속해서 투척되니 처음 입수했을 때는 잘 보이지 않았던 물고기가 순식간에 배 근처로 몰려들었다.
바닷 속 시야를 가릴 정도로 많은 식빵을 뿌리는 것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타네오씨는 "빵은 물고기가 삼키기 쉬운 먹이이고, 산호 보호구역 밖에서 진행하기에 큰 영향은 없다"며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해외 연구 결과는 정반대 내용을 전하고 있다. 2020년 브레멘대학교 생물학 및 화학과(FB2)의 나탈리 프렌츠 연구자(외 4명)가 진행한 연구 '쿡섬 아이투타키 석호에서 인공 먹이 공급에 대한 산호초 어류의 반응과 이해관계자 인식'에 따르면, 인위적인 먹이 급여 이후 해역의 종 다양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물고기가 자연 먹이가 아닌 탄수화물 위주의 식빵을 섭취할 경우 배설물의 성분이 변한다는 점을 경고한다. 비정상적으로 변한 배설물은 해저 산호의 성장을 방해하고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인간이 무심코 던진 '정크푸드'가 물고기에게는 야생성을 잃게 만드는 '독'이 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양 생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돼왔다.
필리핀 오슬롭지역의 고래상어 관광 투어는 크릴새우를 먹이로 제공해왔으나, 자연적인 먹이 섭취가 제한되면서 영양 불균형에 따른 성장·성숙 지연 문제가 불거졌다. 고래상어 유인용으로 대량 살포되는 크릴새우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수질 오염도 생태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필리핀 보홀주는 2025년 2월부터 모든 고래상어에 먹이 주기 및 관광 활동을 중단했다. 아우멘타도 보홀주지사는 이 조치가 단순 규제 목적이 아니라 보홀의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 연휴를 맞아 세부로 관광온 대학생 김세운(20)씨는 "물고기 구경을 위한 식빵이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 앞으로 여행할 때 환경적인 부분을 생각해서 행동해야겠다"고 말했다.
기후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바다를 터전으로 삼는 해양생물의 피해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 바다는 국경을 초월하여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이며, 인류 공통의 자산이기에 그 보호 책임 또한 전 세계인에게 있다. 해양 레저를 즐기는 관광객은 자신의 활동이 해양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생태적 수용 범위 내에서 액티비티를 향유하려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해양 레저를 즐기기 위해 바닷속에 무분별하게 투척되는 인위적인 먹이는 바다 오염을 가속화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 지구를 순환하는 해양 특성상 특정지역의 오염이 타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을 고려한 관광객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해양 레저를 즐기는 관광객은 자신의 활동이 해양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생태적 수용 범위 내에서 액티비티를 향유하려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며 "해양생물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먹이를 주게 되면 생태계 균형을 깨뜨릴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스노클링을 즐겨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