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수가 추가 인하 가능성에 산업계도 우려..."국내 체외진단 산업 위축"
종별가산 폐지로 상급종병 15% 인하 효과…추가 인하시 정밀검사·연구 기능 위축 우려
납품 단가 인하 압박에 R&D·고용 축소 가능성…“보건안보 차원 산업 기반 유지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부가 원가분석 기반 4차 상대가치 개편을 추진중인 가운데, 기존의 정부 조치에 이은 검사 수가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에 이어 산업계도 국내 체외진단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는 19일 종별가산 폐지에 이은 연쇄적 수가 인하 기조가 고착화될 경우 의료 서비스의 질적 유지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의과 의료행위별 높낮이 조절이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우려되는 영역은 검사부분이다. 정부는 지난 3차 상대가치개편 등에서 검사 영역이 수술 등 영역보다 과보상 되고 있음을 꾸준히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2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검체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을 확정, 위탁검사관리료 폐지에 따른 재원(2024년 기준 2조4000억원)은 진찰료 등 저보상 영역 인상에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꾸준히 검사영역의 인하를 통한 영역별 '균형 맞추기'를 노리는 중이다.
만약 4차 상대가치 개편에서 검사 영역의 상대가치 높이 조정이 이뤄질 경우, 지난해 건정심에서 조정된 수가분 외에 남은 검사료의 인하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는 깊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의료수가 조정은 의료전달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정책 방향을 사전에확정해 놓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충분한 검증과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검체검사 수가 조정과 관련해서는 원가보상률 산정의 기초자료와 분석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도 이 같은 우려에 힘을 실었다. 협회는 검체검사가 환자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짓는 의료체계의 필수 기반 기능으로, 국내 진단기기 산업의 기술 축적과 내수 시장 형성을 견인해 온 핵심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의 원가 구조와 산업 생태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반복적 수가 인하는 고품질 검사 서비스 유지와 산업 경쟁력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4년 1월 시행된 제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과정에서 종별가산이 폐지되면서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사실상 수가가 차등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약 15%, 종합병원은 10%, 병원급은 5% 수준의 인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검사 물량이 집중된 상급종합병원의 재정적 부담이 크게 증가했으며, 이는 진단시약 및 장비 납품 단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고난도·중증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첨단 장비와 숙련 인력을 기반으로 정밀검사를 수행하는 만큼, 수가 인하가 연구·교육 기능과 검사 품질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계는 2017년 제2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당시 검체검사 수가가 대폭 조정된 데 이어, 2024년 종별가산 폐지로 인한 추가 인하 효과까지 발생하면서 수가 하락 기조가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가 인하, 기업 투자·고용 위축으로 연결 가능성
진단검사 수가 인하는 의료기관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고, 이는 예산 절감을 위한 진단시약 및 장비 납품 단가 인하 요구로 이어진다.
국내 체외진단 기업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빠르게 축적해 왔지만, 여전히 연구개발(R&D) 확대와 설비 투자가 필요한 단계에 있다. 반면 글로벌 대형 기업들은 감가상각이 완료된 설비와 대규모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동일한 가격 기준이 적용될 경우 국내 기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납품 단가까지 하락할 경우, 국내 중소·중견 진단기업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이는 연구개발 투자 축소와 신규 채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정부가 강조해 온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의 정합성 측면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가 수입제품 확산 우려..."보건 안보 관점 고려해야"
산업계는 추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시장이 저가 수입제품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가격 중심 경쟁 구조가 강화될수록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글로벌 기업 제품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해외 기업들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진단 제품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했던 경험은 국내 생산 기반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로 언급된다. 일부 일반 검사 품목의 경우 해외 공장 폐쇄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며 의료 현장에 부담을 준 바 있다.
협회는 체외진단 산업이 단순한 경제 영역을 넘어 보건 안보와 직결된 분야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정적인 국내 생산 역량과 기술 자립 기반이 약화될 경우, 향후 또 다른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가보상률 산정 방식 개선 필요"
아울러 수가 산정의 핵심 근거가 되는 원가보상률 산출 방식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산정 구조는 일부 대형 병원 중심의 표본 자료에 의존하고 있어 전체 의료 현장의 비용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단순 재료비뿐 아니라 검사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한 정도관리 비용, 전문 인력 인건비, 물류·보관 비용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 혁신성과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별도 평가 체계 마련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는 건강보험 재정 관리와 국내 체외진단 산업 경쟁력 확보는 상충되는 목표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산업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가 체계 마련을 위해 관계 부처 및 유관 기관과의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