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권→대부업체로 ‘채권 털어내기’ 度 넘어… ‘추심의 늪’ 빠진 채무자들

류영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ifyouare@mk.co.kr) 2026. 2. 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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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금 사정이 급박해 정식 대부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이후 원금 전액과 이자를 변제했음에도 지연금 등의 명목으로 추가 금액상환을 계속 요구 받았다.

은행들은 평소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대부업체에 대한 여신 취급을 제한해왔으나 정작 금융권의 연체 채권은 대부업체로 넘기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채무자들이 강도 높은 추심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카드사·저축은행 등 1·2금융권이 매각한 장기 연체채권 상당수는 대부업계가 운영하는 매입채권추심업체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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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시효 부활’ 영업 기승
“제도권 채권관리체계 구축 시급”

# A씨는 월 5%(연60%) 이자로 1300만원을 빌렸다. 그는 자금 사정이 급박해 정식 대부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이후 원금 전액과 이자를 변제했음에도 지연금 등의 명목으로 추가 금액상환을 계속 요구 받았다. 대부업체에서는 야간에도 A씨에게 전화로 협박과 폭언을 반복하고 주변인들에게 알리겠다고 위협했다.

서울 시내 한 가로등에 붙은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일부 1·2금융권이 장기 연체채권(NPL)을 내부계열 부실채권(F&I) 전문회사 대신 대부업체에 매각하는 관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평소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대부업체에 대한 여신 취급을 제한해왔으나 정작 금융권의 연체 채권은 대부업체로 넘기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채무자들이 강도 높은 추심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카드사·저축은행 등 1·2금융권이 매각한 장기 연체채권 상당수는 대부업계가 운영하는 매입채권추심업체로 넘어간다. 이들 업체는 연체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사들인 뒤 직접 추심해 회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채권이 외부로 매각되는 순간 추심 주체가 금융회사에서 대부업체로 바뀐다. 문제는 채무자는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렸음에도 대부업체로 연체채권이 강제 매각되면서 사실상 ‘추심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추심대부업체는 매입채권 가격을 회수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단기간 회수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한 추심을 전개하곤 한다.

무엇보다 대부업체들로 채권이 넘어갈 경우 과도한 독촉이나 소멸시효 관련 분쟁 등 불법·편법 추심으로 이어질 위험은 높아진다.

더욱이 채권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추심방식과 강도가 달라져 채무자는 반복적인 압박과 불안속에 놓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우려는 민원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대부업 관련 민원추이를 보면 채권추심 관련 민원이 이자율 민원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채권추심 관련 민원이 연간 158건에 달했다. 이는 과도한 독촉이나 협의 단절, 소멸시효 관련 분쟁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 일부 업체의 소멸시효 관련 영업관행도 반복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도 채무자가 일부라도 변제하거나 채무를 인정하는 각서·확인서를 작성하면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돼 시효가 다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방식이다.

“소액이라도 납부하면 원금을 감면해주겠다”는 식으로 변제를 유도한 뒤 이를 근거로 추심을 재개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형식적으로는 법의 틀 안에 있지만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사실상의 ‘시효 부활’ 영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한국대부금융협회는 “대부업권이 2020년 이후 금융기관의 연체 채권은 매입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불법추심 행위로 인해 금융당국의 제제를 받은 사례도 없다”면서 “과거 부정적 이미지 개선과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해 준법영업과 소비자보호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연체채권을 대부업체에 넘기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회사 산하 채권추심업체들을 활용한 연속성 있는 채권관리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채권추심업체들은 외부 재매각 없이 채권을 직접 보유·관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감독체계와 내부통제 시스템 내에서 운용된다. 채권의 주체가 수차례 바뀌지 않는 만큼 채무조정 협의의 연속성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채권 매각은 단순한 자산정리가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포함된 의사결정”이라며 “단순히 장부상 ‘부실 털어내기’로만 여기며 사회적 부정여론이 높은 대부업체에 채권을 매각하는 관행이 지속될수록 금융권의 소비자 보호 공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단순 수익 극대화에 매몰된 매각방식에서 벗어나 제도권 금융회사 내에서 연체채권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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