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마지막 스퍼트가 일궈낸 대역전극…쇼트트랙 에이스 김길리, 하얼빈의 눈물을 밀라노의 포효로

김하진 기자 2026. 2. 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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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한국 마지막 주자 김길리가 1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첫 금메달의 대미는 역시 ‘에이스’ 김길리(22·성남시청)가 장식했다.

김길리는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결승선 두바퀴를 남기고, 김길리는 인코스를 과감히 파고들었다. 선두로 달리던 이탈리아 베테랑 아리아나 폰타나를 제쳤다. 폰타나와의 격차를 유지한 김길리는 이번에는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선두로 레이스를 유지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을 확정 지은 김길리는 두 손을 번쩍 들어 포효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 쇼트트랙에서는 금메달이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한국 쇼트트랙에서 ‘노골드’는 치욕이다. 앞서 여자 1000m에서 레이스 막판 1위로 치고나갔지만 지키지 못하고 3위로 내려왔던 김길리는 생애 첫 메달을 따고도 아쉬움에 울었다.

대표팀의 막내지만 책임감을 끌어안고 김길리는 오히려 이를 악물고 달렸다. 앞서 놓쳤던 것들을 악착같이 해내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김길리는 2023~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종합 랭킹 1위,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여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2025~2026 ISU 월드투어 1~4차 대회에서는 개인종목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따내 대표팀의 새 에이스로 등극했다. 하지만 유독 계주에서 운이 없었다.

지난해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김길리는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실수했다. 당시에도 마지막 주자로 나섰던 김길리는 1위를 달리다 결승선을 앞두고 중국 궁리와 충돌해 넘어졌다. 그 여파로 대표팀은 최종 4위, 메달을 놓쳤다. 김길리는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에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쇼트트랙 혼성계주 준결승에서 미국팀과 충돌해 넘어진 한국 김길리가 경기가 끝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애 처음 나간 이번 올림픽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0일 대회 첫 종목이었던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 앞서 달리던 미국의 커린 스토더드가 넘어져 미끄러진 채로 뒤에 오던 김길리와 충돌했다. 피할 길이 없던 김길리도 넘어졌고 대표팀은 결승에도 나가지 못했다. 충돌로 물리적 충격도 컸다. 손이 붓고 오른 팔이 까졌지만 메달을 놓친 김길리는 연신 동료들에게 고개 숙였다.

이번 대회 마지막 계주 기회, 김길리는 넘어지지도, 충돌하지도 않았다.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게 폭발적인 스퍼트를 자랑하며 쭉쭉 나갔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직접 결정지었다.

김길리는 최민정, 심석희를 바라보며 자란 스케이터 꿈나무였다. 서울 성내초등학교 4학년 당시 이미 태극마크를 달고 있던 최민정과 심석희를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만나 함께 사진도 찍었다. 너무 떨려 말도 제대로 붙이지 못했던 언니들을 이제 직접 이끌고 금메달을 따냈다.

김길리는 “마지막 코너에서는 거의 네 발로 타는 것처럼 양손을 다 짚으면서 안 넘어지려고 버텼다”며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너무 기뻐서 언니들에게 달려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자 1000m 동메달과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내면서, 김길리는 이번 대회 쇼트트랙 첫 멀티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큰 부담을 덜어낸 김길리는 이제 세번째 메달에 도전장을 낸다. 21일 여자 1500m에 출전한다.

한국대표팀 최민정과 김길리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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