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석의 시선고정]영종 국제학교 본안 패소 땐… ‘경제자유구역 교육특례’ 균열 오나

이홍석 2026. 2. 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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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제학교 현행법 ‘성벽’ 무너질 수 있어
비영리, 영리 구분 없어져… 현행법도 개정해야
영리기업 외국자본이 이득 챙기는 구조로 전환
지난주 본안 소송 2차 열려 추후 판결 결과 주목
인천의 선택, 대한민국 모델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공모로 선정한 영종 국제학교 공모와 관련한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인천지방법원.

인천 영종국제도시 미단시티 내 국제학교 유치와 관련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공모로 선정한 영국학교 위컴애비(우선협상대상자)를 둘러싼 본안 소송에 대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공모에 참여했던 외국교욱기관이 지난해 9월 제기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이제 본안 판단만 남은 상태다. 인천지법은 지난 13일 본안 소송 2차 공판을 실시했다.

법원이 본안에서도 원고 패소로 결론을 낼 경우 단순한 ‘사업자 선정 분쟁’을 넘어 경제자유구역 국제학교 제도의 구조적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쟁점은 ‘선정 절차’인가, ‘제도 본질’인가

표면적 쟁점은 공모 평가의 적법성이다. 평가 기준의 명확성, 배점의 합리성, 외국교육기관 요건 충족 여부가 본안에서 다뤄질 핵심이다. 그러나 이번 소송의 파장은 그 이상이다.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 내 국제학교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비영리 외국교육기관이 설립하는 것이 국내 현행법의 전제이다.

반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특별법’을 통해 일정 범위의 영리학교를 허용해 왔다. 입법 취지부터 다른 ‘이원 구조’다.

만약 본안에서도 소송을 제기한 외국교육기관 원고가 패소해 선정이 확정된다면, 법원은 사실상 현 공모 구조와 운영 모델이 적법하다고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이 경우 경제자유구역 국제학교의 비영리 원칙이 형식적 외피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브랜드는 외국, 수익은 투자자’ 구조 논란

논란의 핵심은 자본의 국적이 아니라 지배구조와 수익 구조다.

외국 명문학교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되, 실제 운영권과 재정 통제권을 투자사가 행사하고 학비·시설 사용료 등이 투자수익 모델로 귀결된다면 이는 비영리 제도의 취지와 충돌한다.

특히 외국계 자본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경제자유구역이 사실상 교육 투자시장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점은 ‘외국’이 아니라, 배당 가능성·이익 이전 구조·학교법인 독립성이다. 이 부분이 느슨하게 관리된다면 제주와 내륙 경제자유구역 사이의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현행 법적 ‘성벽’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다만 냉정하게 보면, 이번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공모 절차의 적법성이다. 국제학교 영리 허용 여부는 입법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번 본안 판결은 상징성이 크다. 경제자유구역 국제학교 모델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외국교육기관 요건 해석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공공성 통제 장치는 실효성이 있는지, 사실상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첫 판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 판단의 한계… 입법·감독 공백 드러낼 수도

영종 국제학교는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FEZ) 1호 인천 송도·영종·청라를 축으로 한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교육 인프라 전략, 나아가 대한민국 국제학교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본안 소송에서 원고가 다시 패소한다면 사업은 속도를 낼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는 또 다른 질문이 시작된다.

경제자유구역 국제학교는 ‘공공적 교육기관’인가, 아니면 ‘투자형 글로벌 교육상품’인가.

이번 소송의 결말이 제도의 본질을 무너뜨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관리·감독과 지배구조 통제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경제자유구역 모델은 제주 모델과 구분되는 존재 이유를 스스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법원의 판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입법 보완과 감독 강화 없이 사업만 전진한다면, 국제학교는 교육이 아닌 자본의 언어로 재편될 수 있다.

또한 국내 현행법상 외국으로 과실송금도 금지돼 있다. 이마저도 깨져 국제학교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교육환경 발전을 위해 재투자하는 기대감도 무너질 수 있다.

국제학교 인허가 권한은 각 시·도 교육청이 쥐고 있다. 영종 국제학교 설립립 인·허가는 인천시교육청이 최종 판단할 일이다.

이미 3년 전 부터 송도와 영종 국제학교 유치 문제는 국내 현행법에 따라 적합하게 설립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

당시 시교육청은 현행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인·허가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각 시·도 교육청의 상급 기관인 교육부의 유권해석도 마찬가지였다.

법정 소송에 영종 사회는 ‘무관심’… 유치 열기 온데간데 없어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영종 국제학교 우선협상대상자인 위컴애비와 빠른 시일 내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유정복 인천시장을 비롯한 인천경제청 관계자 등은 22일부터 6일 간 영국을 방문한다.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위컴애비를 방문하는 일정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간 제대로 된 외국 명문학교가 유치돼야 한다고 현수막까지 내걸면서 인천경제청과 대립해 왔던 영종 시민단체들은 어느 순간부터 조용해졌다.

내 지역에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국제학교 유치 문제로 법적 소송까지 이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일언반구조차 없는 등 무관심의 연속이다.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외국 명문 국제학교가 유치되면, 아이들의 글로벌 교육으로 인한 미래가 형성됨은 물론 도시 인프라 구축으로 지역발전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을 알면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왜 일까. 상당히 궁금한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영종 국제학교 유치를 놓고 법정 소송으로 둘러싼 지금의 상황에서 볼 때 인천 영종에서 시작된 선택이 대한민국 국제교육의 좌표를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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